인터넷·모바일 시청 갈수록 느는데… 낡은 시청률 조사에 묶인 광고시장
신인 보이그룹 워너원이 지난 7일 데뷔 앨범을 공개한 뒤 타이틀곡 ‘에너제틱’이 멜론 등 주요 음원차트 정상을 휩쓸었다. 앨범 선(先) 주문량만 50만 장에 달했다. 데뷔 가수로는 사상 최대 주문량이다.

엠넷의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탄생한 워너원의 인기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CJ E&M은 ‘프로듀스101’ 시즌2 영상 조회 수가 유튜브, 네이버TV, 카카오TV 등에서 총 4억9000만 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열풍으로 이어질지 업계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시즌2 11회분의 평균 시청률이 4.1%(TNMS 기준)였기 때문이다. 많은 시청자가 TV 대신 인터넷, 모바일 등을 통해 실시간 혹은 주문형비디오(VOD)로 이 프로그램을 봤지만 현행 시청률 조사에는 이 부분이 포함되지 않아 시청률이 4%대에 머문 것이다.

케이블방송협회 관계자는 “케이블채널은 지상파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시청하는 일이 많다”며 “통합시청률 조사가 도입돼야 미디어의 총체적 경쟁력을 알 수 있고, 방송 광고 및 콘텐츠 시장 규모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등에서 통합시청률 활용

TV와 인터넷, 모바일 등을 총괄하는 통합시청률 조사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미디어별로 분리돼 있는 낡은 광고 유통구조를 통합해줘야 통합시청률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처방도 제시됐다. 통합시청률 조사란 한 사람이 동일 콘텐츠를 TV뿐 아니라 인터넷과 모바일 등 다양한 디바이스로 소비하는 실태를 모두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광고주들은 이를 토대로 통합 광고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통합시청률 조사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올초부터 TV와 다른 디바이스의 통합시청률을 산출해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스웨덴은 이미 2011년부터 통합시청률을 조사하고 있다.

◆“디바이스별 유통구조 개선돼야”

시청률조사업체 TNMS의 민경숙 대표는 “통합시청률 조사가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며 “복잡한 광고 유통구조 때문에 통합시청률을 조사해도 광고주(기업)들이 구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광고 시장에서는 TV와 모바일, 인터넷 광고뿐만 아니라 실시간과 VOD 광고들이 모두 분리 판매되고 있다. 광고주가 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를 방영하는 모든 실시간 및 VOD 디바이스에 광고를 내보려고 할 때 한번의 광고 계약 체결로는 불가능하다.

광고주는 우선 KBS2에 광고를 하기 위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후 여러 케이블채널을 방문해야 하며, 네이버 등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사와도 따로 계약해야 한다. 올레TV 등 IPTV 회사들과는 VOD 광고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광고주들은 핵심 미디어 1~2곳과만 광고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디바이스별로, 플랫폼별로 다른 광고를 구매해야 하는 국내 광고 시장에서는 통합 시청률 조사 자료의 가치가 없다는 얘기다.

광고주협회의 한 관계자는 “통합시청률 조사와 관련해 어떤 조사 방법론이 더 타당한지만 논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