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영 야생초 대표가 연구원들과 식물성 유산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야생초 제공
남우영 야생초 대표가 연구원들과 식물성 유산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야생초 제공
경북 울진으로 귀촌한 시골 출신 공학도들이 나노기술을 활용해 저염김치와 식물성 치즈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세계시장 도전에 나섰다.

야생초가 개발한 저염김치
야생초가 개발한 저염김치
남우영 야생초 대표(44·사진)는 “김치에서 추출한 유산균을 사용해 세계 최초로 식물성 치즈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말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서울에서 친환경 기업에 근무하던 남 대표는 2010년 고향인 울진으로 귀촌해 동네 후배 손규용 이사(40)와 함께 창업했다. 손 이사도 원자력 화학 기계공학을 두루 전공한 공학도. 당시 당뇨합병증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홀어머니를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귀향한 남 대표는 친환경 유기농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식이요법에 몰두했다. 후배인 손 이사도 자녀들의 먹거리를 걱정하다 김치염도를 줄이는 방안에 몰두할 때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연구와 경험을 활용해 2011년 말부터 과다한 나트륨 섭취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부터 시작했다. 남 대표는 “김치가 발효음식으로 좋은 음식이지만 김치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김치 속의 염분이 고혈압 등 성인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데 착안했다”고 말했다. 당시 염도 1.7% 이하에서는 유산균이 잘 증식하지 못하고 부패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야생초의 성분을 활용해 유산균 발효를 활발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야생초의 쓴맛을 활용해 짠맛을 증가시키는 기술이었다. 이 기술로 염도 0.6%의 저염김치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011년 4월 야생초라는 기업을 설립하고 김치 생산을 시작했다. 2012년 3월 행정자치부의 마을기업으로도 선정되고 5월 저염김치에 관한 특허도 등록했다.

울진 귀촌 공학도가 만든 '저염 김치'…농촌창업 성공 일구다
첫 구매처는 삼성전자였다. 2013년 삼성전자의 지펠 아삭김치냉장고 프로모션 상품으로 선정돼 2000만원어치를 납품했다. 남 대표는 “식물성 유산균이 좋아하는 개망초나 뽕잎을 먹이기 위해서는 미세분말화가 필요한 데 이때 쓰인 기술이 나노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제조특허 등록과 3만3000㎡ 규모의 시험농원도 마련했다. 투자제안과 기술매각 제안도 잇따랐다. 남 대표는 “화장품 회사인 샤넬과 네덜란드의 글로벌기업인 네슬레까지 기술판매를 요청했지만 거절했다”며 “울진을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식품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2014년 10월 울진에 공장을 설립하고 이듬해 ‘닥터아사한’이라는 김치판매 전담법인도 설립했다.

○울진 산촌을 배경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남 대표 사례가 특이한 것은 울진이라는 산촌을 배경으로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남 대표는 “친환경 유기농 회사에서 일한 경험과 연구, 울진의 특산물 이 세 가지만 있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다”며 “나노기술을 활용한 저염김치와 식물성 치즈의 비밀이 울진 산골에서 나는 개망초와 개똥쑥, 아카시아꽃 뽕잎에 숨어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울진의 할아버지 할머니 작목반과 함께 일한다. 사업 첫해인 2011년 3명이던 작목반 어르신은 24명으로 늘어났다.

처음 야생초로 김치를 만든다고 하자 고향 어른들은 “소금 안 넣고 김치를 어떻게 만드느냐”며 남 대표 이야기를 곧이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의 주 소득원이 됐다. 아카시아꽃 1㎏은 2500원, 하루 50㎏을 따는 작목반 할머니는 12만~14만원을 번다. 남 대표는 “버려진 논밭이나 산에 있는 야생초를 1년에 한두 번 관리하고 수확하는 일만 하면 된다”며 “밭농사처럼 뙤약볕에서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일할 필요가 없어 마을 어른들에게도 안성맞춤인 벌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울진 귀촌 공학도가 만든 '저염 김치'…농촌창업 성공 일구다
이 회사는 2015년 6월 서울의 정보기술(IT) 기업으로부터 3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남 대표는 ‘비욘즈미트’라는 벤처기업이 채식주의자용 햄버거를 위해 콩고기를 개발한 사례를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와 트위터 공동창업자 비즈 스톤이 투자해 유명해진 기업이다. 그는 “요즘 세계적인 IT 기업들도 미래 먹거리산업인 식품 산업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트렌드”라며 “식물성 유산균 분야 세계적인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은 3명에서 18명으로 늘어났다. 직원의 3분의 2가 30~50대로 귀향·귀촌한 사람들이다. 대기업, 정부공기업, 경찰공무원 출신이다. 남 대표는 “대부분 청년창업이 몇 년 못가 실패하는 것은 카페, 푸드트럭 등 차별성 없는 아이템을 따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북도가 청년정책의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며 “스토리와 차별성, 그리고 기술에 기반 한 창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진으로 귀향한 청년들이 저염김치와 식물성 치즈 개발에 성공해 이룬 기업 야생초는 경북도가 추진 중인 청년괴짜를 통한 마을 살리기와 기업 육성의 대표적인 사례로 성공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울진=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