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차세대 독감백신 속도 내는 녹십자, 세계 두 번째로 WHO 인증 따냈다
차세대 독감백신으로 불리는 4가(價) 백신에서 녹십자가 한 발 앞서가고 있다. 국제기구 조달시장에 입찰할 수 있는 자격을 프랑스 사노피 파스퇴르에 이어 두 번째로 따내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4가 독감백신인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사진)를 개발했다. 올 4월과 5월에는 1인용 및 다인용 바이알 제형에 대한 품목 허가를 받았다. 이들 제형으로 4가 독감백신 허가를 받은 것도 국내 제약업계 최초다.

4가 백신은 A형 독감 바이러스 두 종류(H1N1, H3N2)와 B형 바이러스(야마가타, 빅토리아)를 모두 예방해주는 독감백신으로 기존 3가 백신을 대체할 차세대 백신으로 불린다.

녹십자가 독감백신을 여러 제형으로 개발한 것은 내수와 수출 시장 공략을 위한 맞춤형 전략에서다. 녹십자가 기존에 수출하고 있는 3가 독감백신의 제형은 국내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프리필드시린지가 아니라 1인용과 다인용 바이알이다.

이 전략은 벌써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 승인을 받았다. 사노피 파스퇴르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성과다. 사노피파스퇴르와 함께 세계 독감백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도 아직 4가 독감백신의 WHO PQ 승인을 받지 못했다.

사전적격심사는 WHO가 백신의 품질 및 유효성, 안전성 등을 심사해 국제기구 조달시장 입찰에 응찰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녹십자는 이번 인증 획득으로 WHO는 물론 유엔 산하 기구 등에서 발주하는 독감백신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녹십자는 독감백신 수출이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1인용과 다인용 3가 독감백신의 WHO PQ 인증도 세계 두 번째로 따내면서 매년 독감백신 수출을 크게 늘려왔다. 수출 첫해인 2010년 550만달러였던 독감백신 수출은 지난해 4800만달러로 5년 새 9배 가까이 성장했다. 올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3200만달러 수출을 기록했다. 독감백신 누적 수주액은 1억5000만달러를 넘어섰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