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민원 접수·대면 결재, 실무자 참석 의무화…'청년중역회의' 도입
"불통·권위주의 폐해 절감"…일할 맛 나는 조직문화 만들기 공들여

'딩동! 민원이 접수됐습니다'

"우리 동네 쓰레기 무단투기를 뿌리 뽑아 주세요", "유치원 주변에 교통안전 시설이 필요합니다", "시장님! 일을 똑바로 하셔야죠"

충북 제천시민들이 시장에게 보낸 각종 민원에는 사소한 건의사항부터 쓴소리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넘쳐난다.

제천시가 지난 10일 시장에게 직접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시장 직소(직접 소통) 민원 모바일 시스템'을 개통한 지 5일 만에 6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시정 관련 건의나 문의 등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전용번호 1522-3482)로 보내면 시장과 비서진이 직접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민원은 실시간으로 접수되고 결과도 처리되는 즉시 민원인에게 문자로 통보해준다.

이 시스템은 기존 민원 접수 방식과 달리 일선 부서를 거치지 않고 시장실에 직접 접수돼 시민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장막에 가려진 권위주의의 폐해와 불통(不通)의 위험성이 낱낱이 드러나는 가운데 열린 행정과 소통 확대를 위해 조직문화 개선에 나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부쩍 늘고 있다.

소통 대상은 공직사회 내부 조직과 시민사회를 모두 아우른다.

'구중궁궐'에 갇힌 채 공감도가 떨어지는 권위를 행사하는 구시대적 리더십은 행정 효율성 저하는 물론 지역사회에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충주시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통(通)하는 충주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 업무 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를 3대 목표로 내세웠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시장과 간부들이 권위를 내려놓고 수직적 상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동료 의식을 조직 운영의 중심축으로 삼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음주·회식 문화 개선은 권위 허물기의 첫걸음이다.

강압적 음주 분위기를 조장하는 지나친 건배 구호 제창, 벌주, 원샷(단번에 잔 비우기), 잔 돌리기, 폭탄주 문화를 없애기로 했다.

1가지 술로 회식을 1차에서 2시간 안에 끝내는 '1·1·2 캠페인'도 한다.

6급 이하 청년 직원 20여 명으로 구성되는 청년중역회의 '주니어 보드'를 운영해 주요 시정에 대한 정책 제안과 참신한 사업 아이디어 발굴 등을 맡기기로 했다.

열린 사무실 환경 조성을 위해 연말까지 직원 간 칸막이도 모두 없앤다.

시장 대면 결재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는 주로 팀장·과장이 시장 결재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사업을 처음 기안한 주무관이 결재 때 원칙적으로 동행해야 한다.

충주시는 "업무는 실무 담당자가 밑바닥 사정까지 가장 잘 안다"며 "사업 보고와 결재 때 시장과 간부가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주무관도 참석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시간외 근무 관행도 대폭 손질해 눈치보기 성격의 근무를 근절하고, 부서장 책임의 사전명령제 도입으로 사후 초과근무 명령이나 일괄근무 명령을 금지하기로 했다.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유연근무제를 확대해 가족친화적 직장 분위기를 만들고 안식 휴가와 자기계발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음성군도 비효율적인 업무 관행과 잘못된 문화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조직문화 심층 진단에 들어갔다.

소속 공무원 전원과 군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데 이어 전문기관에 조사 결과를 맡겨 분석 중이다.

군은 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소통과 협업 문화 조성, 회의 문화 및 업무환경 개선, 창의력 확대를 위한 공유공간 마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 주민들이 지자체장 공약 평가와 갈등 중재를 맡는 시민 배심원제를 도입하는 지자체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시민 배심원제는 지역민이 행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로, 공약이행 평가, 주민 간 갈등 중재, 의견 수렴 등 기능을 한다.

전남 고흥군은 오는 12월부터 지역 구성원 간 갈등을 중재하는 군민배심원제를 운영하기로 했으며, 울산시와 경북 영덕군, 경기도 화성시, 충남 부여군 등은 공약 실천을 감시·평가하는 주민 배심원제를 최근 잇따라 도입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집회에서 볼 수 있듯 권위와 정보 독점을 앞세워 행정을 펴는 독단의 시대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며 "이번 사태를 보면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적지 않은 교훈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