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후…부글부글 끓는 서울대 교수들
서울대와 KAIST 교수들이 뿔났다.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으로 외부 기고 및 강연료가 최대 30만원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최정상급 대학의 교수들이 지식시장에서는 가장 낮은 대우를 받게 된 데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다.

서울대 A교수는 28일 “김영란법에 따르면 외부에 제공하는 원고료 가격이 분량에 관계없이 20만원으로 정해졌다”며 “외부 기고 활동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KAIST에 재직 중인 B교수는 격앙돼 있었다. 그는 “강연료가 낮아진 것은 물론 무료 강연도 무조건 사전에 대학에 신고해야 한다”며 “죄인 취급받는 기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서울대와 KAIST의 특수한 지위 때문이다. 서울대는 2011년 법인화됐다. 다른 국립대와 달리 정부에서 받은 예산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대는 김영란법상 공공기관으로 분류됐다.

서울대 총장(기관장)의 외부 기고료는 최대 40만원이다. 일반 교수는 20만원이 상한선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일반 교수의 외부 강연료는 처음 1시간에 20만원이고 그 이후엔 아무리 길게 강연해도 10만원만 더 받을 수 있다”며 “원고는 분량과 상관없이 1시간 강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게 김영란법”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인 KAIST도 마찬가지다.

자존심이 상한 두 대학 교수들은 외부 강연을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서울대 인문대의 한 교수는 “시간당 200만~300만원의 강연료를 받던 ‘스타’ 교수 가운데 외부 강연을 아예 접은 이들도 있다”며 “널리 퍼져나갈수록 좋은 양질의 지식정보(강연)가 서울대 안에 갇힌 꼴”이라고 지적했다. 각 대학이 국내외 유명 교수를 초청하는 국제콘퍼런스나 심포지엄 등 학술행사도 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영란법 때문에 교수들의 국책연구기관 자문활동이 제약받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서울대 교수들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같은 국책연구소 연구원들과 회의를 하면서 정책연구 자문에 응하는 것도 외부 강의에 해당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