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KTX 세종역 신설 책임 공방…시민단체 세종역 저지 '올인'
MRO단지 유치 실패 책임론·무예마스터십 졸속 여론 '잠잠'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추진하는 KTX 세종역 신설 용역 저지에 이시종 지사가 '올인'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나 충북의 성난 민심을 전한 데 이어 지난 17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 세종역 저지에 동참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정 원내대표의 지역구에 있는 공주역 역시 세종역이 신설되면 충북 오송역과 마찬가지로 타격을 받게 돼 된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크고, 민의를 받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세종역 신설과 관련해 한 배를 탄 셈이다.

어쨌든 세종역 신설 저지가 이 자시의 최대 화두로 보인다.

세종역이 신설되면 지근거리에 있는 오송역의 위상 축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세종역 저지 지원을 요청하며 동분서주한다.

여기에 균형발전 지방분권 충북본부, 충북건설단체연합회, 충북여성단체협의회 등 도내 시민사회·경제단체도 동참하고 나섰다.

세종역 신설 저지가 충북 최대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최대 수혜자가 이 지사라는 주장이 나온다.

휘발성 강한 세종역 신설 이슈 때문에 이 지사를 괴롭혀온 청주 항공정비(MRO)단지 좌초 문제나 청주 세계무예마스터십 실패 논란이 수면 아래로 수그러들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충북도당과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8월 26일 사업 포기를 선언한 이후 책임론을 지속해서 제기해 왔다.

충북도는 MRO를 포함해 항공물류, 항공서비스, 항공부품제조업 등 항공 관련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보완책을 내놨지만, 전상헌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장 사퇴 및 이 지사의 사과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지사가 "도민 기대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새누리당은 지난달 9일 '청주 MRO산업 점검 특별위원회'를 구성, 분명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공세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송태영 새누리당 충북도당 위원장도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해 "실패했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식으로 사업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며 이 지사와 전 청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송 위원장은 서울∼세종 고속도로 청주 경유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 지사가 책임지고 국토교통부를 설득, 성사시켜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무예올림픽으로 불린 '청주 세계무예마스터십'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충북이 전 세계적으로 미개척 스포츠 분야인 '무예'를 선점했다며 성공적이라고 자평한 것과는 달리 일부 외국 선수가 잠적하는 등 선수단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고, 관람객도 기대에 못 미쳐 국제 대회로서의 면모를 갖추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청주 세계무예마스터십 예산을 의결했던 도의회에서 MRO산업 점검 특위를 끝낸 뒤 내년에는 무예마스터십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청주 MRO단지 유치 실패에 무예마스터십 졸속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 지사가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봉착한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국토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KTX 세종역 신설 추진이 현안으로 급부상하면서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삼켜버렸다.

도의회 MRO산업 점검 특위가 가동되고 있지만 세종역 신설이라는 폭풍급 현안에 가려 여론의 관심 밖으로 벗어났다.

시민사회단체나 경제단체의 관심사도 온통 세종역에 쏠렸다.

당장 세종역 신설 저지 범도민 대책위원회 구성에 매달리면서 MRO나 무예마시터십 평가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그렇다고 MRO 유치 실패나 무예마스터십 논란이 마냥 묻힐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워낙 시급한 현안인 세종역 신설 저지에 잠시 뒷전으로 밀렸을뿐 머지 않아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7선 중진인 이해찬 의원의 핵심 공약이라는 점에서 세종역 저지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자칫 이 지사의 전방위적인 노력에도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당장은 소나기를 피해 갈 우산처럼 보이는 세종역 이슈가 오히려 이 지사에게 더 큰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