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일 부산 곰내터널 안에서 2차 사고위험을 무릅쓰고 전도된 버스 안에 갇혀 있는 유치원생들을 구조한 용감한 '아저씨' 11명은 동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11명 가운데 8명은 부산 사람이었다.

3명은 전북 군산시, 경기도 안양시, 경남 창원시에 사는데 일 때문에 부산에 왔다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나이는 17세부터 63세까지 다양했다.

회사원도 있었고, 건설업이나 전기공사를 하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은 8일 오전 용감한 아저씨 11명과 사고 당시 침착하게 아이들을 돌봤던 유치원 교사 정모(23·여)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김수영(17)씨는 일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고, 보육교사 정씨도 아이들을 돌보느라 불참했다.

사고 당시 자신의 차에서 꺼내온 망치로 버스 뒷유리를 깼던 김호신(63·건설업)씨는 "사고가 나자마자 차를 정차하고 비상등을 켠 뒤 버스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김씨는 "버스 안에서 아이들이 안전벨트에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면서 "유리를 발로 찼지만 깨지지 않아 망치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다칠까 봐 버스 뒷유리 아래쪽부터 조심스럽게 깼는데 달려온 한 사람이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고 김씨는 전했다.

이 사람은 신황수(50·회사원)씨다.

신씨는 "아이들의 상태를 봐야겠다는 생각에 일부 깨진 유리를 발로 차고 들어갔다"면서 "아이들이 옆으로 매달려 있었고, 운전기사와 인솔교사가 앞쪽부터 아이들을 한 명씩 구해서 달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신씨는 "크게 다친 아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안심하고 뒤에서부터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냈다"면서 "근처에 있던 다른 아저씨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서서 도왔다"고 밝혔다.

블랙박스 영상에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던 사람은 함진우(37·회사원)씨다.

함씨는 "아이들에게 '씩씩하다.

조금만 있으면 엄마도 오고, 경찰 아저씨와 소방관 아저씨들도 오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용감한 아저씨들은 하나같이 "누구라도 같은 상황에 부닥치면 우리와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며 "'시민영웅'이라는 말은 좀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일 오전 11시께 부산 기장군 정관읍 곰내터널에서 유치원 버스가 터널 벽을 들이받고 오른쪽으로 넘어지자 곧바로 달려가 버스 안에 갇혀 있는 유치원생 21명을 구조했다.

자신들의 차 안에 있던 망치와 골프채를 들고 와 버스 뒷유리를 깨고 힘을 합쳐 아이들을 1명씩 탈출시켰다.

당시 컴컴한 터널 안에서 난 사고였기 때문에 뒤따라 오는 차량에 의한 2차 사고 우려가 있었지만, 아저씨들은 개의치 않았다.

버스에서 나온 아이들을 안전한 갓길 가장자리로 옮겨 놓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심시키기도 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차량용 블랙박스에 찍혀 화제가 됐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