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박사학위 논문…"기저질환 있으면 위험률 더 커져"
10μg/㎥ 증가시 위험률 50% 상승…"다양한 건강문제 관심 필요"

초미세먼지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우울증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5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 의과대학 예방의학전공 김경남씨는 최근 박사학위 논문에서 초미세먼지 장기 노출이 증가할수록 우울증 발생 위험이 커지고 평소 기저질환이 있으면 관련성이 더욱 커진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전의 연구에서 대기오염에 단기 노출됐을 때 우울 증상을 겪는 경향이 많다는 점은 발견됐으나, 사람을 대상으로 역학적 증거까지 보여준 연구는 거의 없었다.

김씨는 건강보험공단 표본 코호트 데이터베이스에서 2002∼2010년 서울시의 같은 구에 거주했고 이전에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15∼79세 2만7천270명의 일반인구집단을 연구대상으로 설정했다.

코호트는 연령별로 비슷한 특성이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특정 인자에 노출·비노출된 그룹으로 나눠 질병과의 관계를 역학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이다.

이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2007∼2010년 서울지역 27개 측정소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자료를 활용해 2008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연구대상이 속한 구의 초미세먼지 농도와 우울증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우울증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을 배제하고서 회귀분석해보니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

2007년 연간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10μg(마이크로그램)/㎥ 증가할 때 우울증 위험비는 1.44였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초미세먼지 평균농도가 10μg/㎥ 증가할 때 우울증 위험비는 1.59였다.

1μg은 100만분의 1g이다.

이는 특정 지역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10μg/㎥ 증가했을 때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을 확률이 각각 44%, 59% 더 높아졌다는 뜻이다.

같은 모형을 이용해 분석했을 때 당뇨병을 기저질환으로 가진 군에서는 위험비가 1.83으로 더 컸다.

심혈관계 질환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가진 군에서도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위험비가 더 크게 나타났다.

소득수준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소득분위 0∼3분위인 군에서 4분위 이상 군보다 초미세먼지 노출로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았다.

김씨는 "지금까지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 연구는 주로 심혈관질환이나 호흡기질환에 집중돼 있었는데 우울증이나 자살 문제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역학적으로 증명했다"고 논문의 의미를 소개했다.

김씨는 이어 "미세먼지 농도가 2000년대에 줄어들다가 최근 비슷한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미세먼지가 가져오는 다양한 건강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srch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