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계약해지 미룬채 '법률검토'만 거듭…'봐주기' 의혹

통학버스 원아 사망, 원아 폭행, 급식관리 등 어린이집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기도 평택시가 공고 내용에 맞지 않는 시립어린이집 원장을 선정한사실을 확인하고도 9개월이 넘게 행정처분을 하지 않아 '봐주기' 의혹이 일고 있다.

시는 2015년 3월 1일 자로 시립어린이집 원장 3명을 공모로 선정, 2020년까지 5년 계약으로 운영해오다 같은 해 11월 이 중 한 명인 원장 A씨가 모집공고를 위반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A씨는 '어린이집의 종사자(고용 원장·대표자 포함)가 위탁운영자로 선정될 경우 위·수탁 계약일 전까지 그 직을 사임해야 한다'는 모집공고(2015년 1월) 내용을 위반해 인천에 3곳의 어린이집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시립어린이집 원장을 사퇴하거나 타지역 어린이집 대표직을 그만두라는 공문을 지난 5월까지 3차례 보냈으나, A씨는 사퇴 의사가 없다며 원장직을 고수하고 있다.

A씨는 영유아보육법과 보건복지부의 보육사업안내(지침)에 어린이집 대표자는 어린이집 종사자에 포함되어있지 않음에도, 평택시가 공고에 어린이집 종사자로 잘못 포함했기 때문에 사퇴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는 어린이집 원장은 전임이어야 하며, 다른 어린이집·사회복지시설·유치원 및 종교시설 등의 업무를 겸임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시는 그동안 변호사와 보건복지부, 경기도 등에 법률검토를 의뢰, '자치단체장이 판단해 결정하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따라 시가 모집공고의 자격조건을 위반한 원장에 대해 위탁계약을 해지하는 일반 행정절차를 밟으면 되지만, 이를 외면한 채 9개월 넘게 법적 검토만 거듭하고 있다.

평택 시내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평택시가 사법기관도 아닌데 법 해석을 하느라 계속 시간을 끄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시가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경우 어린이집 원장은 다른 어린이집 대표직을 겸임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되며, 이런 행정은 불신을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평택시가 계속 처분을 미루면서 '무슨 배경이 있어서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청 보육정책과 컨설팅팀 관계자는 "시립어린이집 원장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겸직문제가 드러나고, 이를 파악하고도 9개월이 넘도록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사례는 경기도 내에서 없었다"며 "평택시가 모집공고에 어린이집 대표는 응모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면 이를 알고도 응모한 대표 직함을 가진 원장은 당연히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22일에도 "아직 법 해석에 대한 결론이 나오지 않아 행정처분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평택연합뉴스) 김종식 기자 jong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