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 충분"…발부되면 20대 국회 첫 의원 구속사례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8일 의혹의 핵심 인물인 박선숙·김수민 의원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혐의 입증에 자신을 보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명 정치인이 피의자인 사건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박 의원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꼽힐 만큼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다.

검찰이 이런 인물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은 당사자 진술이나 혐의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그의 혐의를 소명할 구체적 물증이나 진술을 충분히 확보한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리베이트를 사전 공모한 인물들로 지목받는 왕주현 전 국민의당 사무부총장과 박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모두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전 부총장은 구속된 이후에도 입장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왕 전 부총장의 구속 기간을 연장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박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만으로도 박 의원을 구속할 만큼의 혐의 소명은 이뤄졌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왕 전 부총장의 태도는 처음과 다르지 않다"면서도 "우리는 소명을 충분히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그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여러 인물로부터 박 의원과 왕 전 부총장의 공모 혐의를 뒷받침할 증언을 확보했을 수 있다.

박 의원의 리베이트 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자금 흐름 등이 확인됐을개연성도 있다.

박 의원과 더불어 김 의원의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의원은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당시 변호인을 통해 박 의원과 왕 전 부총장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수사에 비교적 협조적이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김 의원의 비중이 작지 않다고 판단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김 의원은 박 의원과 왕 전 부총장이 리베이트 관련 지시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행동을 한 이는 김 의원이기 때문이다.

현직 국회의원으로 신분이 확실한 두 의원이 도주할 우려는 거의 없다.

다만 검찰은 박 의원과 왕 전 부총장의 공모 관계, 김 의원의 가담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려면 구속 수사로 증거 인멸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장 청구 시점을 놓고는 검찰이 절묘한 선택을 한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대 국회 첫 임시국회가 앞서 6일 종료됐으므로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은 적용되지 않는다.

회기중이었다면 검찰은 체포동의서를 국회에 보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영장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 청구됐다.

'방탄국회'를 막으려고 나름대로 시기를 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 당은 이미 6일 임시국회가 종료되자 '결산국회'를 하자며 7월 임시국회 소집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여권은 이를 방탄국회 의도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우리는 수사만 고려할 뿐이고, 수사상 일정 문제로 오늘 영장을 청구했다"며 국회 회기와 영장 청구 간 관련성을 부인했다.

두 사람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11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명의 의원중 한명이라도 영장이 발부되면 20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의원이 구속되는 사례인 만큼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이대희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