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자르려다 경찰청장 책임론까지…
부산지방경찰청 소속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여고생과 성관계한 사건을 경찰이 의도적으로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처음엔 “관할 경찰서장도 몰랐다”고 발뺌했지만 부산경찰청과 경찰청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은 물론 오는 8월 임기가 끝나는 강신명 경찰청장으로까지 ‘책임론’이 번지고 있다.

경찰청은 29일 이 사건과 관련해 “어린 학생을 돌봐야 할 경찰관이 그 책무를 어기고 부적절한 행위를 한 점에 깊이 사과한다”며 “모든 것을 원점에서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사건에 연루된 두 경찰관의 면직처분을 취소하고 성관계 경위 등 진상을 밝혀내 형사처벌·행정처분 등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설명이다.

경찰청의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뒷북 조치’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의 내부 감시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24일 한 퇴직 경찰관이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졌다. 여고생 2명과 각각 성관계한 경찰관 2명은 감찰조사를 받지 않고 지난달 17일과 이달 중순께 면직처리됐다.

파장이 커지자 부산청은 “SNS를 통해 폭로되기 전에는 이 사건을 몰랐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 경찰청은 27일 학교전담경찰관 2명이 소속된 부산사하경찰서장과 부산연제경찰서장을 대기발령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관할 서장들은 이 사건을 몰랐지만 경찰이 신속하게 지휘·감독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관할 서장들은 물론 경찰청까지 알고 있던 사건이라는 게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두 경찰서장은 사전에 내용을 알았다는 정황이 있어 강도 높은 감찰을 하고 있다”며 “역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부산청(여성청소년수사팀)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관련 내용을 들어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전국 경찰을 관리·감독해야 할 경찰청 감찰담당관실마저 이달 초 부산청 감찰계에서 관련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시인하면서 경찰의 신뢰성과 도덕성엔 치명적인 금이 갔다. 이런 와중에 이날 서울에선 서초경찰서 소속 현직 경찰관이 유흥업소 단속정보를 미리 흘린 뒤 금품을 챙긴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의 조직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심은지 지식사회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