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문암캠핑장 빈 텐트로 자리 독점, 이용객들 '헛걸음'
'사흘 넘으면 강제 철거' 규정 있으나 마나…유료화 검토


청주에 사는 유모(37·청주시 사창동)씨는 주말을 앞둔 지난 17일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려고 청주 문암생태공원 내 야영장을 찾았다가 기분이 상한다.

각종 텐트 장비와 음식을 챙겨 이른 아침 서둘러 야영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목이 좋은 명당자리에는 텐트가 꽉 들어차 있었다.

화가 치민건 진을 치듯 세워진 텐트 대부분 야영객이 없는 빈 텐트였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한쪽 구석을 차지, 텐트를 설치할 수 있었다.

조금만 늦게 도착했더라면 이마저도 차지하지 못해 헛걸음질할 수 있었다고 스스로 위안 삼았지만, 버젓이 세워져 있는 빈 텐트들이 즐비한 풍경을 보니 화가 치밀었다.

유씨는 "겨우 자리를 잡아 텐트를 치고 난 뒤 뒤늦게 왔다가 캠핑할 곳을 못 찾아 되돌아가는 야영객들을 여럿 봤다"며 "캠핑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얌체 텐트족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이용할 수 없다니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본격적인 캠핑시즌을 맞아 청주 도심에서 야영할 수 있다는 매력에 이용객이 몰리는 문암생태공원 내 캠핑장이 원성을 사고 있다.

명당자리를 독차지하려고 사용하지도 않는 텐트를 장기간 설치해놓은 유령 텐트족이 기승을 부리면서 주말에는 야영할 터를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유령 캠핑족들의 '알박기'는 해마다 캠핑 시즌만 되면 반복되는 풍경이자 캠핑족들의 불만인데 청주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

고작 예산을 들여 시설을 보강한 뒤 야영장 유료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는 게 대책이라면 대책이어서 캠핑족의 불쾌지수만 끌어올린다.

문암생태공원은 2010년 문을 열었다.

야영장에는 화장실과 세면장, 28면의 데크형 야영장을 갖췄고 주변에는 그라운드 골프장, 바비큐장, 인공폭포, 생태 습지원 등 다양한 휴식시설이 갖춰져 있다.

무료이고 다양한 부대시설에 도심에서 20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보니 지역 캠핑족 사이에 야영 명당으로 꼽힌다.

해마다 5천여 명 이상이 캠핑을 즐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치열한 자리다툼이 이어지다 보니 일부 얌체족들은 목이 좋은 곳을 독점하기 위해 사용하지도 않는 텐트를 계속 설치해두는 꼼수를 쓴다.

이런 얌체 유령 텐트족은 일주일에서 심한 경우 1년 연중 텐트를 설치해 지정석처럼 사용한다.

야영장 이용객 배모(55·여·청주시 분평동)씨는 "배드민턴 동호인들끼리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을 자주 찾는데, 거의 1년간 세워져 있는 텐트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얌체 텐트족에 대한 민원이 빗발치면서 야영장을 관리하는 청주시가 지난해부터 내부 규정을 강화, 장기 점거 텐트를 강제 철거하기로 했으나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내부 규정상 야영장 텐트 설치 기간은 2박3일이다.

이 기간이 지난 텐트는 자진 철거해야 하고, 어기면 강제 철거한다는 게 내부 규정이다.

하지만 강제 철거를 실행하는 게 매우 부담스럽다는 게 청주시의 설명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텐트를 철거하면 '철거 과정에서 텐트가 훼손됐다'고 트집 잡아 보상을 요구하거나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부 규정은 있지만 철거가 어렵고, 철거를 하더라도 다음 날 또 설치하는 일이 되풀이돼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청주시는 야영장 운영을 유료로 전환하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 관계자는 "야영장 내 전기시설을 설치하고 공중화장실이나 샤워실 등 시설을 보강해 내년부터 유료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용객들은 "얌체 텐트족을 핑계 삼아 캠핑족에게 부담을 전가하려는 것"이라며 "법적 근거를 마련해 부당하게 시설을 독점하는 못된 캠핑족을 막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vodca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