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정거래업무 관리 실태 감사 결과 발표
"법에 근거않고 시행령 등에 따라 감경…재량권 남용"
공정위 "재량을 합리화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할 것"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에 근거하지 않고 시행령이나 고시 등의 규정에 따라 기업에 대한 과징금을 깎아줬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9일 공정거래업무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16건의 문제점을 적발하고, 2명에 대해 징계를, 5명에 대해 주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2012년 1월∼2015년 7월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147개 사건, 695개 사업자를 전수조사한 결과 기본과징금은 5조2천417억원이었지만, 3차례의 조정 과정을 거쳐 55.7%인 2조9천195억원을 감면하고 2조3천222억원만 부과했다.

주요 유형은 기본과징금을 과도하게 높게 산정한 뒤 조정과정을 통해 과징금을 대폭 깎아주는 방식이었다.

기본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에 위반행위의 중대성 정도에 따라 차등적용되는 부과기준율을 곱해 산정되는데, 공정위는 695개 사업자 가운데 70.7%인 466개 사업자에 대해 위반 정도가 가장 높은 수준인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공정위는 3차례 조정과정을 통해 과징금을 자의적으로 감경해줬다.

특히 공정위는 과징금 확정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3차 조정에서 기본과징금의 33%인 1조7천305억원을 감액했다.

더욱이 공정위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과징금 감액 기준을 적용해 감사원으로부터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정거래법에서는 과징금을 부과할 때 위반행위 내용, 기간, 부당이익 규모 등을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시행령을 통해 법에는 없는 현실적 부담능력, 시장여건 등을 감액 사유로 추가했다.

더욱이 공정위는 고시를 통해 50%를 초과해 과징금을 감액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조사 대상 695개 사업자 가운데 50%를 초과해 과징금이 감액된 사업자가 171개(24.6%)에 달했다.

동일한 상황에서 사업자마다 다른 감액 기준을 적용하거나, 이미 참작이 된 감경사유를 조정 과정에 중복해서 적용한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 감사원이 2012년∼2015년 개최된 전원회의 사건 644건 가운데 과징금 50억원 이상의 사건 56건에 대한 회의록을 조사한 결과 속기록도 작성이 되지 않았다.

또 공정위는 조사를 방해한 기업에 대해 고발이나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2012년∼2015년 7월 조사를 방해한 7개 사업자에 대해 아무런 고발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과태료 부과 사건도 2건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기업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중요한 정보를 누락하는 방식으로 부채비율 200%를 초과한 지주회사에 대한 과징금을 면제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다만, 감사원 관계자는 과징금이 감액 또는 면제되는 과정에 기업의 로비가 작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번에는 과징금 부과 절차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로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과징금 기본 산정기준은 법령상 규정된 단계별 조정을 거치기 전 기초금액일 뿐이므로 추가적인 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공정위가 과징금을 산정·감경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것은 법원의 판례에서도 인정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감사원이 지적한 사례는 공정위가 다소 넓은 범위에서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고 본 것이며 공정위가 위법·부당한 처분을 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량을 합리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감사원의 징계 요구에 대해서는 재심을 요청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민경락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