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대 국회서 의원입법 내리 불발…"입법공백 속히 해소해야"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잃은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의 입법 공백 상황을 해소하고자 경찰이 직접 정부 입법을 추진한다.

국회에서 의원 입법이 계속 무산되는 데 따른 관계 부처 차원의 조치다.

경찰청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0조의 내용 일부를 구체화한 집시법 개정안을 최근 마련해 조만간 입법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종전 집시법 10조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뒤에는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집회 성격상 부득이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만 경찰이 조건부로 허용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일몰 후∼일출 전'이란 집시법 10조의 '야간' 개념이 너무 광범위하고, 일출·일몰 시각은 연중 계속 달라지므로 해가 진 이후 옥외집회를 모두 제한하는 것은 헌법과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집시법 10조 중 옥외집회 부분은 2009년 9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헌재는 2010년 6월 말까지 대체입법을 주문했다.

그러나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이 부분은 효력을 잃었고, 이후 야간 옥외집회는 허용되고 있다.

경찰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야간 옥외집회를 전면 허용하라는 뜻이 아니라 '해가 졌다고 해서 무조건 제한하면 안 된다'는 취지라며 하루빨리 관련 조항을 개정, 입법 공백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8대·19대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야간 옥외집회 금지 시간대를 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 0시∼오전 6시 등으로 명시한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여야 간 이견이 커 매번 처리가 불발됐다.

경찰은 한국인 평균 기상 시간이 오전 6시34분이라는 설문 결과를 토대로 야간 옥외집회 제한 시간대를 0시∼오전 7시로 두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렇게 하면 개인 사정상 평일 일몰 이후 집회를 열거나 참가해야 하는 직장인, 학생 등에게도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되, 심야시간대까지 집회를 이어가다 발생할지 모를 위험은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경찰 판단이다.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 각종 영향평가와 관계부처 의견 조회,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고 국회로 넘어간다.

그러나 다른 법률과 달리 집시법상 규제 조항은 사회적 논란이 첨예하고, 여야 간 견해차도 심해 국회로 넘겨져서도 법안 처리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경찰은 20대 국회가 구성되면 의원들과 적극 협의해 올해 안에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한 시간대를 변경하거나 달리 규정할 가능성도 열어 놓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잃은 조항을 장기간 개정하지 않은 채 두면 법률에 관한 인식에도 혼란이 생긴다"며 "집회·시위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