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유기 시도 정황 증거물 발견…아들 DNA 채취 거부

어버이날 아버지를 살해한 40대 남매의 추정 범행 동기가 '재산분할'에서 '원한 범죄'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들 남매는 범행을 준비하며 대용량 쓰레기봉투를 다량 준비해 시체유기를 시도하려는 정황도 포착됐다.

11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구속영장 신청을 위해 아버지 A(76)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딸 B(47)씨와 아들 C(43)씨를 이틀째 조사했으나 이들은 여전히 아버지 관련 내용과 살인 혐의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로 나온 증거와 주변의 진술을 종합하면 범행동기가 기존에 알려진 '재산분할' 보다는 '원한 범죄'로 초점이 모아지는 양상이다.

경찰의 시신 검안 결과 아버지는 얼굴과 신체 여러 곳을 둔기와 흉기로 수차례 폭행당하고, 심장과 목을 깊게 찔려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치아가 뽑힌 것도 여러 차례 얼굴을 폭행당하며 생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런 잔혹한 시신 상태는 원한 범죄에서 흔히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남매는 사건 현장에 대용량 쓰레기봉투 십여장을 준비해간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시신을 유기할 때 쓰려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남매가 처음부터 아버지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시신처리를 위해 쓰레기봉투를 준비했지만, 이를 사용하는 대신 아파트 계단에 놓인 대형 고무용기에 시신을 넣고 락스를 뿌린 뒤 이불을 덮어 부패로 인한 악취를 감추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거 직후 신상을 공개하겠다며 떳떳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 남매의 모습도 원한 범죄를 의심하게 한다.

이들은 "떳떳한 시민으로서 신상을 감출 이유가 없다"며 취재진에게 얼굴을 높이 치켜들고 눈을 부라리는 등 당당하게 행동했다.

보통 재산을 노린 범행이라면 부끄러워할텐데 복수를 했다는 생각에 당당하게 행동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이들은 주로 '숨진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과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해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했다.

어머니는 1990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지체장애인 판정을 받았고 2011년 사망 전에는 치매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과 딸은 그런 어머니를 병간호하지 않고 요양원에 보내려는 아버지와 마찰을 빚다가 결국 어머니를 자신들의 오피스텔에 데려와 돌보고, 함께 산지 한 달여 만에 어머니가 숨지자 장례도 아버지 없이 치렀다.

이 시기 딸은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전도사로 일하던 교회에 나가는 것도 그만 둔 것으로 보인다.

아들은 "아버지가 어머니 요양급여를 타내 여자를 만나고 다녔다"며 "어머니를 성적으로 학대하고 폭행했으며, 우리도 어린 시절 폭행당했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어머니가 힘들게 살았다. 장례도 힘들게 치렀다"며 애틋한 감정을 보였다.

딸은 유치장에 입감하기 직전 검거 직후 냉정한 표정을 무너트리고 눈물을 흘렸다.

아들이 올해 4월 아버지를 찾아가 재산분할을 요구한 주변인 진술이 나왔지만, 경찰은 "단지 재산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며 "현재로써는 원한과 재산분할 둘 다 범행동기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이 증거확보를 위해 남매에 대해 DNA 채취 동의를 구했지만, 딸은 허락했으나 아들은 거부했다.

경찰은 11일 오후 아들과 딸에 대해 간접증거와 정황을 토대로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pch8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