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서울·부산대 등 시행…경북대·경상대도 도입 예정

지난 20일 오전 7시 50분께 부산대 캠퍼스 금정회관 학생식당 앞.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긴 줄이 늘어섰다.

줄을 선 학생들의 행렬은 식당 현관 밖까지 이어져 중요한 세미나나 조찬 행사가 열리나보다 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줄은 아침식사를 하려는 학생의 행렬이었다.

◇ 부산대 아침먹는 학생 첫날 300명에서 최근 500명으로 늘어
부산대가 1천원짜리 아침밥 메뉴를 내놓은 것은 지난 18일부터다.

첫날 320여 명에 불과했던 이용 학생수는 그 다음날 380여 명으로 늘어났다.

참치주먹밥과 계란파국, 찐만두 2알, 김치, 과일음료가 제공된 이날은 48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식당을 찾았다.

학교 측은 시험기간임을 감안해도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찾은 것에 깜짝 놀랐다.

이날 학생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는 대학본부 한 관계자는 "밥을 먹으며 가슴이 '찡'해 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많은 학생이 아침밥을 거르거나 커피 한잔으로 때우고 가파른 캠퍼스를 왔다 갔다 했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천원 아침밥이 제공되자 학생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학 커뮤니터 사이트에 글을 올린 한 학생은 "1천원 짜리라 그저 그렇겠지 생각했는데, 양이 충분하고 먹고 나니 든든했다"며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먹으니 만족도가 좋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그동안 아침밥을 굶었는데 이제부터 아침밥을 먹으려고 한다"며 "친구들도 함께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아침에 식당을 찾는 학생들 대부분은 대학 주변의 자취생이거나 밤늦게까지 연구실이나 도서관에서 남아 공부한 학생들로 보고 있다.

그동안 아침을 거르다 이번 1천원 아침식단 제공을 계기로 아침을 먹기 시작한 학생들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전남·서울·부산대 이어 타대학 확산 여부 주목
대학 캠퍼스 내 1천원짜리 아침밥의 시초는 전남대다.

전남대는 지난해 4월부터 교내 학생회관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1천원에 제공하고 있다.

1인당 식사비용 2천원 가운데 학교가 1천원을 부담한다.

학생들의 건강을 고려해 한식과 양식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는 같은해 6월부터 아침밥을 거르는 학생이 없도록 하기 위해 학생회관 식당에서 1천원에 조식을 제공했다.

이어 올해 3월 신학기부터는 저녁메뉴도 1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서울대는 '1천원 아침'으로 발생하는 적자가 한해 2억∼3억원으로 추정되고 저녁까지 확대하면 적자가 5억∼6억원으로 늘지만 적자분은 학교발전기금 등에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8일부터 1천원에 아침을 제공하는 부산대는 식단의 원가 2천원 중 1천원을 보조하는 형태로 일단 12월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대학 측은 학생들의 반응이 좋으면 내년에도 별도 예산을 편성해 1천원 아침밥을 계속 제공할 계획이다.

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1천원 아침밥이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일으키자 다른 대학가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경북대는 총학생회가 '1천원 조식'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선거공약을 제시함에 따라 이의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시행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총학생회가 공약함에 따라 다른 대학 현황 등을 알아보고 이행 여부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학기 기말고사부터 시험 기간 닷새간 학생들에게 한시적으로 1천원 아침식사 제공한 경상대도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해 학기 중에 저렴한 아침밥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부산지역 대학생에게 학자금 대출 이자를 지원하는 조례를 발의한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정명희 의원은 "조례 제정 과정에서 대학생들을 면담해 보니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이 매우 빠듯했다"며 "우리 사회가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에게 굶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정도는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민 형민우 오태인 채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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