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연구팀, 청소년 1천601명 대상 최초 실증분석

어릴 때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청소년은 부모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성장기의 피학대 경험과 부모에 대한 가해 행동과의 실증적 관계를 규명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재엽 교수와 류원정 연구원은 수도권의 남녀 중·고교생 1천601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경험이 부모 폭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항목별 미응답자 제외)의 40.6%인 638명이 성장기에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가한 학대는 욕설 등 정서적 폭력이 35.1%(552명·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폭력 27.5%(431명), 방임 8.4%(131명)의 순이었다.

지난 1년간 부모 가해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응답자의 12.8%를 차지하는 200명으로 조사됐다.

아버지에게 폭력을 가한 청소년은 110명, 어머니를 가해한 청소년은 167명이었다.

이 가운데 77명은 부모 모두에게 폭력을 행사한 경우다.

특히 이들 200명 가운데 86%는 성장기에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모 상대 폭력의 형태는 욕설을 하는 등의 정서적 폭력이 11.6%(181명)로 가장 많았고,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때리는 등의 신체적 폭력도 4.5%(71명)로 조사됐다.

이중 부모를 마구 때리는 중한 폭력은 1.4%(22명)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변수간 상관관계를 검증하는 다중회귀분석한 결과 성장기의 학대 경험이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직접적인 원인(표준화계수 β=0.236)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같은 수준의 표준화계수는 성장기 학대를 받은 청소년이 부모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또 긍정적 친구관계가 성장기 피학대 경험과 부모 폭력과의 관계를 보호하는 요인(B=-0.041)이라는 것도 증명했다.

아동학대를 경험한 청소년 일지라도 친구와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한다면 부모를 가해하는 것과 같은 문제 행동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를 진행한 류원정 연구원은 "청소년은 급격한 심리적·신체적 변화로 인해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폭행한 부모를 가해하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모에 대한 폭력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사회문제임을 고려할 때 실제는 더 심각한 수준일 수 있다"며 "학대당한 청소년에게 안정적인 사회관계망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교사와 학교사회복지사, 친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