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뮤지컬 ‘시카고’에 출연한 배우 최정원은 다음달 13번째 시즌에 참여한다.  박충열 제공
2000년부터 뮤지컬 ‘시카고’에 출연한 배우 최정원은 다음달 13번째 시즌에 참여한다. 박충열 제공
“난 누구의 여자도 아냐. 내 인생을 사랑해.”

뮤지컬 ‘시카고’ 개막을 한 달 앞두고 만난 배우 최정원에게 가장 좋아하는 대사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 대사의 주인공 ‘벨마 캘리’는 살인 혐의로 감옥에 갇힌 1920년대 미국 최고의 배우다. 지난 24년간 ‘시카고’의 얼굴을 맡아온 최정원이 다음달 ‘벨마’로 또 한 번 무대에 오른다. 13번째 시즌을 통해서다.

그가 처음 시카고에 참여한 공연은 2000년 열린 시카고 한국 초연. 당시 최정원이 맡은 역할은 내연남을 살해한 아름다운 여인 ‘록시 하트’였다. 1999년 딸을 출산한 최정원은 불과 1년여 만에 ‘어머니’로서 복귀했다.

최정원은 이 시기에 록시 역을 맡은 것을 천생연분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를 낳은 직후였기 때문에 소녀의 감성과 아이를 품으며 느낀 어머니의 감정까지 모두 연기할 수 있었다”며 “배우로서 무대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바뀐 계기였다”고 말했다. 최정원은 그해 처음으로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 뒤로 24년 동안 ‘시카고’ 무대에 올랐다. 수십 년간 같은 작품을 하며 지루한 적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어린아이가 놀이터에서 노는 걸 힘들어하지 않잖아요. 저에게 뮤지컬도 마찬가지예요.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새롭게 놀지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죠.”

최정원은 나이가 드는 것이 행복하다고 한다. 여러 작품을 거치며 쌓은 경험과 연륜 덕분에 더욱 빛을 발하는 연기를 할 수 있어 기쁘다고. “55세가 된 지금도 이렇게나 많은 일을 겪었는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새로운 경험을 할지 생각하면 설레요. 70세 최정원은 정말 멋있을 것 같아요.”

최정원의 벨마를 만날 수 있는 뮤지컬 ‘시카고’는 오는 6월 7일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막이 오른다. 공연은 9월 29일까지.

구교범 기자

▷인터뷰 전문은 5월 27일 창간하는 문화예술 전문잡지 ‘아르떼’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