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복지재원 갈등 빚은 지자체, 기업 세금거둬 충당
서울시가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세무조사를 없던 일로 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무조사를 통해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겠다는 취지지만 민간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기업 재산세와 취득세 대상

지자체가 징수 권한을 갖고 있는 지방세는 취득세, 주민세, 재산세, 자동차세, 레저세, 지방교육세 등이다. 지방세법상 이들 세금에 대해선 지자체가 세무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올해부터 지자체에 세무조사 권한이 부여돼 논란을 빚은 지방소득세도 지방세에 포함된다. 지방소득세는 지난해까지 국세인 법인세의 10%를 부가세 형식으로 납부하던 방식에서 지자체가 별도 징수하는 독립세로 바뀌었다. 지자체가 법인에 부과되는 지방소득세에 대한 세무조사 권한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행정자치부는 지난달 지방소득세에 한해 지자체의 세무조사를 2018년까지 3년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226개 기초 지자체로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김윤규 서울시 세무과장은 “정부의 방침대로 지방소득세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일 계획은 없다”며 “법인분 재산세와 취득세에 한해 세무조사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시가 목표로 잡은 시세(市稅) 목표는 10조9341억원이다. 이 중 취득세는 3조3209억원, 재산세는 1조9149억원으로, 전체 시세의 절반이 넘는다. 시는 우선 50억원 이상의 재산을 취득하고, 자본금이 50억원 이상이거나 100인 이상의 법인 중 40곳을 선발해 세무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기업은 시 세무과가 직접 세무조사를 진행한다.

40개 기업을 제외한 다른 법인에 대해선 25개 자치구가 세무조사를 진행한다. 시는 각 구청의 세무조사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각 구청은 기업뿐 아니라 최근 5년간 10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취득한 시민들 중 고가 주택 취득자 일부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 찾아가 세무조사 강행

서울 25개 구청 중 세무조사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기업이 밀집한 강남구와 서초구다. 최근 3년간 강남구와 서초구의 전체 기업 대비 세무조사 비율은 각각 0.1%다. 시는 기업들이 밀집한 강남·서초구 등의 구청들의 세무조사를 독려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는 지금까지 이뤄졌던 세무조사 방식도 전면 손질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세무조사는 대부분 인터넷 서면조사로 진행돼 효과가 거의 없었다”며 “앞으로는 기업을 직접 방문해 세무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의 대대적인 기업 세무조사 방침은 경기 활성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방침과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전국 지자체가 기업 세무조사를 다 하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못한다”며 “세무조사는 전문성을 갖춘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도록 관련부처와 협의해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무상보육 등 늘어나는 복지 비용에 따른 정부와 지자체의 재원 갈등이 애꿎은 민간 기업으로 불똥이 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공평과세를 위한 세무조사는 강화하되, 민간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