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분할 수령' 2%뿐
55세 이상 퇴직자 100명 중 2명만이 퇴직연금을 매달 나눠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8명은 일시금으로 받아 생활자금이나 창업자금 등으로 소진, 퇴직연금이 노후를 위한 연금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퇴직연금 수령 대상자 5만8000명 가운데 퇴직급여를 평생 나눠 받겠다고 한 사람은 674명(2%)에 그쳤다.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실장은 “일시금으로 받는 것에 비해 세금 혜택이 크지 않고, 퇴직연금 사업자 중 생명보험사를 제외하고는 사망 때까지 분할 수령이 어려워 목돈으로 가져가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주택을 구입하거나 직장을 옮길 때 중도 인출을 허용하는 등 관리체계가 허술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금 제도가 발달한 영국 호주 등에선 중도 인출을 금지하거나 퇴직연금을 평생 나눠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강창희 미래와금융연구포럼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인 노인 빈곤율을 낮추려면 퇴직연금 중 일부는 평생 나눠서 받도록 의무화하는 게 옳다”며 “그렇지 않다면 연금소득세를 지금보다 낮춰 장기 분할 인출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