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가 난 듯 넘쳐 흐르는 화려한 스펙에도 서류전형에서 줄줄이 낙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뭄처럼 말라붙은 스펙으로도 당당히 면접 티켓을 거머쥐는 이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서류전형의 첫 단계인 이력서를 준비할 때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놓치고 있는 한 가지, ‘스펙 포장하기’의 노하우다.

서류전형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원하는 기업의 채용 전형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삼성그룹처럼 처음부터 서류 필터링 기준을 공개하고 그에 맞춰 전형을 진행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런 경우라면 이력서 작성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기준에 맞춰 항목들을 적어 넣으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은 서류전형부터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를 함께 진행한다. 이 경우 ‘필수조건’으로 요구하는 기준뿐 아니라 이력서 안에 기술하는 내용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1~2점의 근소한 차이로 합격·불합격이 갈리는 일도 많기 때문에 이력서로 어떻게 어필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진다.

이력서에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항목은 ‘경력 사항’이다.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의 직무 경험을 파악할 수 있는 경력란을 눈여겨본다. 정성적 평가를 하는 기업에서는 이 항목이 학력이나 학점, 어학 점수 등 계량화할 수 있는 항목보다 당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랜드 신입채용 담당자는 “영어 점수는 없어도 그만이지만 아르바이트나 인턴십 등 실제로 직무에 대해 경험한 내용이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표)의 사례처럼 학창 시절 이곳저곳에서 활동한 경력이 많다면 그동안의 성과를 과시하려는 욕심에 일일이 모든 경험을 나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지원한 직무와 관련 없는 경험이라면 아무리 많이 써도 의미가 없다. 마케팅 직군에 지원했다면 불필요한 경력은 제외하고 ‘왜 이 분야에 지원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경험들을 정리해 적어야 한다.


경험의 양보다는 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인사담당자들의 공통적인 조언이다. SK텔레콤 신입채용 담당자는 “동아리나 학회처럼 소소한 경험일지라도 지원한 분야에 대해 준비했다는 점을 보이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경력 사항의 내용은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인 성과가 드러나도록 작성하는 게 요령이다.

마지막으로 기억할 것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점이다. 이력서에 내세울 스펙이나 경력이 없다고 미리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이력서에서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자기소개서를 통해 직무 역량을 쌓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는 것을 강조하면 된다. 반대로 고스펙 지원자들은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느라 대인관계가 좋지 않을지 모른다’는 편견을 줄 수 있으므로 동아리나 학회,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활동 경험을 사례로 들어 균형을 갖춘 인재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좋다.

김보람 한경 캠퍼스잡앤조이 기자 bramv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