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극우주의 단체 소속 청년 4명에 9~22년 징역형
2009년 한국 여대생에 화상 테러..외국인 4명 살해 혐의도

한국 여대생 등 외국인을 상대로 11차례나 테러를 가하고 4명의 외국인을 살해하는 등 잔혹한 인종주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극우 민족주의 청년 4명에게 최대 징역 22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법원은 3일 외국인을 상대로 한 다수의 테러와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극우 민족주의 단체 소속 청년 안톤 바실리예프(23)와 콘스탄틴 쿠체르(19), 안드레이 고르데예프(19), 바실리 폴랴코프(19) 등 4명에게 9년~22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앞서 지난달 말 배심원단이 내린 평결을 기준으로 이 같이 판결했다.

이날 중형을 선고받은 극우주의 청년들은 2008년 러시아 민족 우월주의를 신봉하는 극우주의 단체를 결성해 같은 해 중반부터 이듬해 초까지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서 칼로 비(非) 슬라브계 외국인들을 찔러 살해하거나 폭행하는가 하면, 외국인이 운영하는 상점들을 폭파하는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이 전한 기소 및 판결 내용에 따르면 무직인 바실리예프는 2008년 8월 극우주의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대학생들과 '독립 슬라브 저항'이란 단체를 결성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인종주의 범죄를 저질러왔다.

이들은 2008년 12월부터 2009년 1월 사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카메룬 출신의 외국인 4명을 칼로 찔러 살해했고, 한국인과 중국인 등 다른 외국인들에게 11차례나 테러를 가해 중상을 입혔다.

모스크바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한국 여대생들도 이들의 테러 대상이 됐다.

극우 청년들은 2009년 1월 3일 모스크바 시내 '푸쉬킨 언어대학' 앞 도로에서 이 대학에 어학연수 중이던 한국 여대생 2명에게 액체 인화성 물질을 끼얹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화상을 입혔다.

여대생들은 다행히 사건을 목격한 행인들이 급하게 불을 꺼 목숨은 건졌으나 1명은 어깨 등에 2도의 화상을 입었다.

인종주의자들은 또 2008년 8월~9월 러시아 남부 캅카스 출신 등 비(非) 슬라브계 상인들이 운영하는 모스크바의 시장과 상점 등 4곳에서 사제 폭발물을 터뜨려 많은 사람에게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잔혹한 범죄를 일삼던 이들은 2009년 1월 17일 모스크바의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인 모스크바 국립대 앞 '보로비요비 고리(참새 언덕)' 전망대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에게 우연히 붙잡혔다.

순찰차를 보고 도망가는 청년들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이들을 붙잡아 수색한 결과 가방에서 채 굳지 않은 피가 묻은 사냥용 칼이 발견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인근 지하철역에서 시베리아 부랴티야 공화국 출신의 몽골계 러시아인을 칼로 수십 차례나 찔러 중상을 입히는 등 당일에도 4차례나 외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의 여죄를 추궁해 살인과 살인미수, 폭발물 제조 등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배심원단은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부족으로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인종주의 청년들은 이날 재판정에서도 극우주의 구호를 외치는 등 전혀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극우주의 단체의 리더로 활동한 바실리예프는 검사가 "범죄에 대해 후회하는가"라고 묻자 얼굴에 웃음을 띠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태연하게 답했다.

그는 "우리는 이 땅에 백인들의 천국을 건설할 것"이라며 구호를 외쳤다.

다른 피고인들도 구호를 따라 외치며 바실리예프를 지지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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