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양성자 치료기를 '꿈의 방사선 치료기'라고 하지만 중입자가속기(일명 카본테라피)야말로 진정한 드림입니다. 훨씬 강한 파워와 정밀한 타깃팅으로 수술로 불가능한 암을 치료할 수 있으니까요. "

김종순 한국원자력의학원장(56 · 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일대에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설립되고,2015년에는 인근 지역에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가 완공될 예정"이라며 "중입자 치료는 많은 암에서 기능 장애가 없는 완전 치유와 조속한 사회 복귀를 가능케 해 가장 이상적인 '맞춤형' 방사선 치료"라고 강조했다.

중입자가속기란 탄소핵의 중이온(heavy ion)를 가속해 얻은 에너지로 암세포를 타격하는 치료장비다. 중이온 빔은 '브래그 피크'(Brag peak)라는 특성을 가져 암세포를 지날 때는 높은 파괴력을 갖지만 이후엔 에너지가 급격하게 떨어져 인접 정상 조직에는 거의 피해를 주지 않는다. 양성자치료기가 수소핵 양성자를 이용한다면 중입자가속기는 12배 무거운 탄소핵 중이온을 쓰므로 그만큼 강한 파괴력을 갖는다. 이에 따라 중입자가속기의 실제 암 살상 효과는 기존 방사선 치료기의 2~4배 수준이다. 예컨대 기존 방사선 치료시 폐암의 5년 생존율은 15.5%인데 중입자가속기는 두 배가 넘는 39.8%에 이른다.

더욱이 암세포 깊은 곳에 위치한 심부암은 낮은 산소농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 방사선 치료의 효과가 미미한데 중입자가속기는 이 같은 저산소 세포암이나 재발한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폐암 간암 전립선암 두경부암 육종 흑색종 등 거의 모든 암이 치료 대상이다. 한 번 또는 일주일 안팎이면 치료 과정이 끝나는 것도 매력.

김 원장은 "중입자가속기 기술개발 사업은 외국 제품을 그냥 수입해 설치하는 게 아니라 외국 업체에 경쟁입찰을 부쳐 선정된 업체로부터 기술을 전수받는 동시에 공동 개발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더 들지만 원자력의학의 발전적 자립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의 예산은 총 2169억원 규모.입찰에 나설 외국 기관이나 업체로는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독일 국립중이온연구소(GSI),벨기에 IBA(Ion Beam Applications) 등이 꼽힌다. 일본은 미쓰비시,독일은 지멘스가 주축이 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두 대의 중입자가속기를 설치해 1994년 이후 4000여명의 암환자를 치료했다. IBA는 비록 후발주자이지민 양성자치료기 등을 개발,해외에 다수 수출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속한 개발을 자신하고 있다.

김 원장은 "중입자가속기가 설치되면 암환자 1인당 3000만원의 치료비를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는 물론 러시아 중국 동남아 환자를 연간 1000명 정도 치료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300억원의 수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의료관광 자원으로서 가치가 미흡할지 모르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면 3~4대의 중입자가속기를 가동할 정도로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의학용 가속기는 산업용 및 연구용과 달리 정밀성이 높아야 하고 인체에 무해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 많은 첨단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원장은 199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85년 국립의료원에 재직할 때 우연히 핵의학과 인연을 맺고 일본 독일 미국 등에서 관련 연수를 받았다. 2007년 원자력의학원 초대 원장으로 임명된 뒤 연구 중심 병원을 지향했으며 의료용 방사선가속기 보급에 노력해왔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