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 방식은 획일적이고 단편적인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창의성과 사고력을 배양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

3일 오후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창의인재 양성방법'을 주제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09' 특별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창의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특별좌담회에는 조지 하다드 유네스코 고등교육국장,엠마누엘 히메네즈 세계은행 아시아 · 태평양지역 교육국장,피터 치즈 전 액센츄어 글로벌총괄 파트너,설동근 부산시 교육감 등이 참석해 2시간여 동안 열띤 토론을 펼쳤다. 좌담회가 끝난 뒤 이 차관은 "국내 교육에 시사점을 제공하는 많은 의견들이 나왔다"며 "앞으로 추진할 교육정책에 적극 참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많은 국민들이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사교육의 범람으로 그 규모가 30조원에 달한다.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져 자기주도적 학습역량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교육 현장에서 협동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사교육의 팽창은 창의 인재 양성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

▼피터 치즈 전 액센츄어 글로벌총괄 파트너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창의적인 혁신과 도전 정신을 가진 사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등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방식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각기 다른 방법으로 학습이 이뤄질 수 있다. 이와 함께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수업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것은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렇게 하면 하나의 방법으로도 다양하고 광범위한 방법을 고안해낼 수 있다. 미국에서는 각자의 흥미를 반영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진다. 교환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교육기관이 기업을 초청해 피교육자로 하여금 다른 시각을 갖도록 하는 것도 좋은 교수 방법이 될 것이다. "

▼조지 하다드 유네스코 고등교육국장


"교육을 오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기업이나 사회 각 분야에서 강사를 초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수세기 전 갈릴레오도 같은 시대의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했다. 창의력은 바로 교류에서 나온다. 대화와 커뮤니케이션이 수반되는 교류가 한국 교육 문제를 풀어나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한국이 인적 경쟁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획일적인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 교과서에 몰두하는 것보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협업과 협동도 필수적이다. "

▼엠마누엘 히메네즈 세계은행 아시아 · 태평양지역 교육국장

"창의적인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 개혁은 전 세계가 도전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국가적으로 하나의 팀워크를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굉장히 작은 부품의 조화로 만들어진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을 배출했다. Collective Creative Capacity(창의력의 결집)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도 이처럼 움직여야 한다. "

▼설동근 부산시 교육감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부산에서는 문화 · 예술 교육의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조수미,남경주 등 이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인사들을 명예교사로 초빙해 학생들에게 교육을 한다. 문화예술활동에 더욱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다양한 경험을 하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1인1악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최근엔 팀워크를 강조하는 활동도 전개한다. 축구 동아리 등을 학교별로 권장함으로써 학생들이 팀스포츠를 경험케 하고 있다. 우리 교사를 미국으로 보내 현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수업참관도 하면서 미국 학생들과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미국의 문화 등을 배우고 와서 이를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다문화 이해교육의 일환이다. "

▼이 차관

"한국은 학생 선발권에 대한 논쟁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외국어고 등 특목고 및 대학 입시가 대표적인 예다. 점수로만 일률적으로 선발하다 보니 점수 따기 경쟁에만 치중하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

▼하다드 국장

"학생 선발은 어느 나라에서나 매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입학사정관제가 한국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처럼 학생의 잠재능력을 평가해 선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즉 개인적인 혁신 등 다양한 다른 능력들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취할 때도 추세를 따라가기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세계를 새롭게 열어가는 능력이 중요하다. 누가 얼마나 수입을 올리는지 등을 따지는 것은 좋은 평가 방법이 아니다. 특히 협업 없이 혼자서만 잘하는 학생은 미래 사회에서 필요하지 않다. 그 학생들이 팀워크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교육기관의 역할이다. 개별 역량뿐 아니라 사회적 역량을 함께 기르도록 해주는 것이다. "

▼히메네즈 교육국장

"점수 위주의 일률적인 학생 선발,그것이 바로 한국의 가장 큰 사회적인 문제라 생각한다. 시험 점수에 따라 한번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현실은 큰 잘못이다. 실수를 하더라도 다시 시도해볼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다.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기업의 창고에서 일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무조건 실패한 사람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그 사람은 예전에 갖지 못한 것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 좋은 교육시스템은 투자를 하는 것이지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

▼치즈 전 파트너

"많은 기업들이 계속해서 고등학교 및 대학교의 교육 능력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졸업자들이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시험은 잘 보는데 사고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앞으로 펼쳐질 지식사회에서는 분석하는 능력 등 혁신적 판단을 위해 암기식 교육보단 창의적 교육이 필요하다. 광범위하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협력할 수 있는 팀워크 능력 등이 필요하다. 또 감성적인 능력 등이 미래에 필수적인 능력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단일 국가,단일 민족이라 자유로운 인지능력을 바탕으로 한 사고나 교육이 봉쇄돼 있는 것 같다. 좀 더 열린 자세를 갖는다면 창의성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이 차관

"오늘 대화의 주제는 '창의적 인재'였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서도 중요한 주제였다. 한국에서는 입학사정관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사정관들이 어려운 형편에서도 잠재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이처럼 한 나라의 교육과정은 미래를 내다보고 가난한 학생들도 교육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히메네즈 교육국장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가난한 사람에게도 교육받을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하버드에서는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라도 잠재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전화로 인터뷰를 한다. 즉 개인 맞춤형식으로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도 주류사회로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

▼치즈 전 파트너

"학생들에게는 물건 만드는 방식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분석적인 사고 능력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 즉 학생들이 취미를 개발하고 흥미를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IT(정보기술)나 과학에 흥미가 없다면 교수들이 이것들에 대한 흥미를 자극해줘야 한다. 교육에 대한 열정을 배울 수 있는 교육시스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지식의 진보는 영재교육보다는 중간층이 튼튼해야 이뤄질 수 있다.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관찰하기 위해 학교에서 그룹으로 학생들이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이 차관

"미래 한국을 이끌어 갈 다음 세대들을 점수만으로 평가해 선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생각이다. 특히 대학의 학생 선발이 중요하다. 어떤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뽑아야 하는지가 대학의 가장 큰 관심사다. 현재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지식을 한 단계씩 쌓아 올리고,그것을 암기하고,그것에 대한 시험을 보고,한 점이라도 더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사교육 과열의 원인이다. 진정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선 누적적 지식의 암기가 아닌 실험적 파괴와 혁신적 창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좌담회에서 나온 대부분의 얘기가 한국 교육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김일규/서보미 기자 black0419@hankyung.com

● 특별토론 패널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사회>
조지 하다드 유네스코 고등교육국장
설동근 부산시 교육감
엠마누엘 히메네즈 세계은행 亞太교육국장
피터 치즈 전 액센츄어 글로벌총괄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