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내조'로 현대.기아차 성장에 큰 몫

지병으로 별세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이정화(70) 여사는 현대가(家) 며느리들의 전형적인 모습대로 평생 남편을 묵묵히 뒷바라지한 인물로 전해지고 있다.

정 회장이 현대.기아차를 세계 5∼6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로 키워낼 수 있었던 데에는 이 여사의 `조용한 내조'가 큰 몫을 했다는 게 현대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평범한 실향민 집안의 셋째딸로 알려진 이 여사는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1남3녀를 길러냈다.

숙명여고 출신으로 정 회장과는 연애결혼을 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장남 정의선씨는 최근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맏딸 성이씨는 현대.기아차그룹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의 고문을 맏고 있다.

둘째 딸 명이씨의 남편 정태영씨는 현대캐피탈 사장이고 셋째 딸 윤이씨의 남편 신성재씨는 현대하이스코 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이 여사는 다른 재벌가에 비해 유난히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남편을 내조했던 정주영 명예회장의 부인 고 변중석 여사의 모습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손위 동서인 이양자씨가 1991년 암으로 세상을 뜬 이후로는 범 현대가의 실질적인 맏며느리 역할을 해 왔다.

서울 한남동 자택에 살던 이 여사는 정 명예회장 생전에 시댁인 청운동으로 매일 새벽 3시30분이면 달려가 아침을 준비하곤 했다.

시어머니인 변 여사가 1989년부터 18년간 병원 신세를 졌기 때문에 식구가 많기로 유명한 현대가의 아침 준비는 이 여사 등 며느리들의 몫이었다.

이 여사는 현대차 및 관계사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일이 드물었던 대신 병석에 누워 있던 시어머니를 돌보는 일에 헌신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정과 가문을 돌보는 일에 30∼40년 세월을 바쳤던 이 여사가 재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03년부터이다.

당시 이 여사는 현대차그룹의 레저분야 계열사인 해비치리조트 이사직을 맡은데 이어 2005년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그는 해비치리조트 지분 16%를 지닌 대주주이며 이날까지 이 회사 고문을 맡아 왔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