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company(좋은 기업)를 Great company(위대한 기업)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노조의 역할부터 변해야 한다. 단순히 분배와 파이 키우기에 머물던 노동운동도 이제 효율적인 생산성과 사회공헌 활동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노조의 사회적 책무(USR:union social responsibility)다. "

지난 18일 스톡홀름에 있는 LG전자 스웨덴법인 사무실에서 열린 LG전자 노경협의회에서 박준수 노조위원장은 USR 헌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노동운동도 이제 사회의 흐름에 맞게 혁신과 변화의 과정을 거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노조 간부들에게 USR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와 회사 측 간부 10명씩 모두 20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의 핵심 주제는 USR이다. LG전자 노조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도입한 개념인 만큼 USR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그리고 USR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를 놓고 노조 간부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길섭 평택1지부장은 "국내 노사관계를 선도하고 있는 LG전자 노경이 USR에 나선다는 것은 우리나라 노사문화 발전을 위해서도 큰 의미가 있다"며 "노조 내에 USR국을 별도로 설치해 사회적 책무를 적극 수행하자"고 제안했다.

LG전자 노조 간부들이 설정한 USR 헌장의 방향은 △혁신적 생산활동 참여 △지역사회와 취약계층에 대한 봉사활동 △하청업체에 대한 기술 지원 △환경보호 활동 △파업 자제를 통한 산업평화 확립 △노조의 회계투명성 확보 △조합원의 다기능화 △노조의 서비스기능 확대 등이다. 노조는 조만간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어 이런 내용의 USR 헌장을 확정한 뒤 기업과 사회발전을 위해 적극 실행에 옮길 것을 결의했다.

고용 안정과 임금 등 근로조건 개선에 머물러 왔던 기존의 일차원적 노동운동을 넘어 사회와 기업의 발전을 함께 업그레이드하는 변혁적 노동운동,즉 창조적 조합주의(Creative Unionism)에 시동을 건 셈이다.

노조가 USR를 수행할 것을 결의하자 회사 측도 노조의 신(新)노동운동 노선에 지지를 표했다.

김영기 부사장은 "USR는 노조뿐 아니라 회사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소금이 될 것"이라며 "노조도 이제 권리만 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책임도 함께 져야지 기업이 발전하고 노조도 지속 가능하게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상호 인사노무 그룹장도 "LG노조가 변혁의 노동운동을 끊임없이 주도한다면 회사의 경쟁력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