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0시 대전시 유성구 문지동 KAIST 문지캠퍼스 본관 앞. 흰색 바탕에 녹색으로 빌딩 모양을 그려넣은 버스가 들어서자 기다리던 취재진 30여명 중 일부가 탄성을 질렀다.

말로만 듣던 '온라인 전기버스(OLEV)'를 이날 공개시연회에서 처음 보는 순간이었기 때문.
'전기차라면 축전지(배터리)를 싣고 달려야 할 테니 차체가 좀 크려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겉모습은 실제 시내버스와 다를 바 없었다.

이는 대용량 배터리가 달려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취재진을 실은 온라인 전기버스는 KAIST 문지캠퍼스 본관을 떠나 부속동 건물까지 갔다가 다시 본관 앞으로 돌아오기까지 왕복 1㎞ 구간을 시속 10㎞의 속도로 달렸다.

전력장치의 열을 식히려고 돌아가는 팬(선풍기)의 소리가 들릴 뿐 시내버스 안이라면 으레 들리기 마련인 엔진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전기자동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104㎞ 정도. 일반 시내버스의 평균 속도가 80㎞ 정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속도 면에서도 일반 버스에 뒤질 게 없다고 한다.

그럼 이 버스는 엔진도, 축전지도 없이 어디서 에너지를 얻어 달릴 수 있는 걸까.

온라인 전기자동차 사업단장 조동호 교수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존의 전기자동차는 배터리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무게도 많이 나가고, 또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 상용화되기 어려웠다"면서 "온라인 전기차는 도로 밑 충전 인프라를 통해 전기에너지를 전달받아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를 미리 충전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도로 밑에 전선을 묻어놓은 뒤 전류를 흘리면 여기서 만들어진 자기장이 온라인 전기차로 무선 송신되고, 온라인 전기차는 다시 이 자기장을 전기에너지로 바꿔 사용하는 원리라는 것이다.

전선을 묻어도 외관상으로는 일반 도로와 다를 게 없다고 한다.

조 교수는 "온라인 전기차는 도로 밑 충전 인프라에서 자동차 하부 집전장치로 에너지가 전달될 때 전기가 아닌 자기 형태로 전달되기 때문에 감전될 우려가 없다"면서 "게다가 모노레일처럼 레일 위에서 운행되는 것이 아니므로 탈선할 위험도 없다"고 말했다.

이 충전 인프라의 용량만 충분히 확보하면 전기버스를 무한대로 운행할 수 있다는 것. 일반 차량도 집전장치만 달면 같은 도로 위에서 전기에너지로 달릴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KAIST는 최근 서울시, 대전시와 '온라인 전기버스 시범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본격 개발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11월부터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의 코끼리열차 운행구간(2.2㎞)에서 온라인 전기버스 1대를 시범운행할 계획이고, 대전시도 온라인 전기버스가 상용화되면 기존 시내버스 대신 운행할 수 있는 시범사업 구간을 선정할 방침이어서 조만간 일반 시민에게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 교수는 "온라인 전기자동차 사업을 앞으로 30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비용대비 편익이 5.79배로 예측됐으며 국가 차원의 순이익은 79조4천억원으로 파악돼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또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국제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