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씨(32)는 169㎝의 키에 체중 156㎏이 나가는 초고도 비만 환자.체질량지수(BMI:㎏/㎡,18~23이면 정상 체중)는 55에 달했다. 5년 전부터 고혈압약을 복용해온 김씨는 걷기가 불편할 정도로 일상생활이 어려웠다. 그동안 수차례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우연히 순천향대병원 고도비만대사수술센터를 알게 된 그는 고민 끝에 수술을 결심했다. 지난 4월 말 외과 김용진 교수팀으로부터 복강경을 이용한 위소매절제술(슬리브 수술)을 받은 뒤 두 달 만에 체중을 쟀더니 20㎏이나 빠졌다. 혈당과 혈압이 다소 낮아지는 효과도 나타났다.

최근 수술을 통해 고도비만과 당뇨병을 동시에 치료하는 클리닉이 늘고 있다. 이 병원을 비롯해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인하대병원,이대 목동병원,365mc클리닉 등도 이 치료를 시행 중이다.

순천향대병원의 특징은 위소매절제술,루와이형 수술,축소위우회술(루프형 수술) 등 비만 · 당뇨를 치료하는 세 가지 수술방법을 모두 시행하며 각기 전담 교수를 따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허경열 교수는 주로 마른 당뇨병 환자를,김용진 교수는 고도비만 및 당뇨합병증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또 전문 간호사와 전담 영양사가 수술 후 관리를 담당한다.

고도비만의 수술 대상은 체질량지수가 37(키 165㎝, 체중 100㎏ 전후) 이상인 경우,또는 체질량지수가 32~37(키 165㎝,체중 80㎏ 전후)이면서 당뇨병 · 수면무호흡증 · 비만 관련 심장질환 · 심한 관절질환 등을 동반하는 경우다.

각종 식사요법과 약물요법 등 비수술적 치료에 실패한 환자가 받아도 효과가 좋은 편이다. 김 교수는 "수술 후 2년 이내에 정상을 초과한 체중의 60% 이상을 감량할 수 있다"며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던 사람 중 90% 이상에서 혈압 혈당 등 생체지표가 개선된다"고 말했다. 또 고지혈증은 70% 이상에서 증상이 완화되고 수면무호흡증도 증상이 호전된다고 덧붙였다.

체질량지수가 정상보다 낮으면서도 혈당조절이 잘 되지 않는 이른바 '마른 당뇨병'을 수술로 치료하는 축소위우회술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다. 이 수술은 위의 용적을 60㏄ 정도 남기고 소장을 절단하지 않은 채 위를 소장에 바로 연결해 음식의 섭취와 흡수를 동시에 제한한다. 현재 10명을 대상으로 이 수술의 당뇨 개선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2003년부터 고도 비만 환자 14명을 수술한 허 교수는 "위를 줄이고 음식물이 십이지장과 상부 소장을 우회하게 만들면 십이지장에서 흡수하는 당분의 양이 현저히 줄어들고, 소장에서 분비되는 항(抗)인크레틴 물질로 인해 초래되는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은 제대로 분비되지만 제기능을 하지 못함)이 감소돼 당뇨병이 개선된다"며 "3명에게서 당뇨약을 끊어도 될 정도로 완치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