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춘천을 연결하는 경춘고속도로가 지난 15일 개통됐다. 주말에 2~3시간 걸리던 길을 40분 만에 달려가게 됐으니 행락객들의 마음은 더욱 들뜰 게 분명하다.

하지만 '경춘'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낭만 속에 비싼 통행료를 둘러싼 갈등,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사업논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현실을 아는 일반인은 그다지 많지 않다.

논란은 민자(民資)로 건설된 이 도로의 통행료가 너무 비싸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촉발됐다. 도로 개통 전부터 춘천 시민들뿐만 아니라 도로 인근의 남양주 시민들까지 들고 일어나 통행료 인하를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총 61.4㎞에 달하는 경춘고속도로의 통행료는 5900원(승용차 기준).㎞당 82원 수준으로 한국도로공사의 요금 산정 체계인 ㎞당 41원보다 두 배가량 높다. 이것만 놓고 보면 시민들이 통행료 인하를 요구할 만하다.

하지만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건설한 도로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만든 도로 간 통행료 격차를 인정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이른바 BTO(Build-Transfer-Operate · 수익형 민간투자제도),BTL(Build-Transfer-Lease · 임대형 민간투자제도)와 같은 민자사업 방식이 도입되지 않았더라면 경춘고속도로 개통은 지금처럼 빨리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박도 곁들여진다.

◆민자사업은 부실의 온상?

민자사업은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끌어들여 사업 속도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1998년 도입됐다. 도로나 철도 항만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국가 예산으로만 한다면 재정 부담을 고려해 매년 조금씩 예산에서 떼서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 완료까지 십수년이 걸리기 십상이다.

그나마 도로처럼 통행료를 걷어 수익을 보전하는 사업은 상대적으로 낫지만 공립학교나 복지시설,하수관 같은 수익성 없는 곳에 대한 투자는 더더욱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민자사업은 도입 당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민자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BTO가 대표적이다. BTO는 민간이 먼저 공사를 한 다음 국가로부터 투자비를 회수하는 민자사업 방식의 하나다. 준공(Build)이 되면 소유권을 정부에 넘기고(Transfer) 사업시행자는 20~30년간 운영권(Operate)을 갖게 된다. 그 기간에 민간 사업자는 통행료나 이용료 등의 형태로 투자비를 회수한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건설된 도로와 철도 등이 초기 수요 예측 실패와 비싼 토지수용료 등의 요인으로 만성적인 부실화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데 있다. 2007년 개통된 인천공항철도가 대표적이다. 당초 사업자는 예상 수요를 첫해 하루 21만명으로 잡았지만 실제는 예상치의 6.3%에 그쳐 지난해까지 2706억원의 국고를 지원받았다.

인천공항고속도로도 비슷하다. 2000년 개통 이후 통행량이 예상의 절반에 그치면서 지난해까지 6000억원의 세금이 민자사업자의 적자 보전으로 지급됐다. 마산과 창원을 잇는 마창대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7월 개통한 마창대교는 당초 하루 통행량이 2만9000대에 이를 것으로 산정됐으나 실제 통행량은 1만2000대에 그치고 있다.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업비 2000억원 이상인 정부관리 민자사업의 손실보전에 들어간 금액이 모두 1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비용은 국민이 부담

BTO 방식 민자사업의 경우 민간 건설 및 운영 회사의 적자분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가 2006년 폐지됐다. 그 이후 사업자들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수요자들과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통행료나 이용료를 높게 책정하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 BTO 방식으로 지어진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왕복 통행료는 1만4800원이다. 같은 방식으로 건설된 대구~부산 간 민자 고속도로도 통행료가 1만원에 달한다. 이는 서울~부산 간 고속도로 통행료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경춘고속도로의 경우도 MRG가 폐지되기 전에 사업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완공 이후 실제 수입이 당초 추정 수입의 50%를 밑돌 경우 정부 지원을 한푼도 못 받는다는 단서 조항에 걸려 수입을 올리기 위해 결과적으로 요금이 비싸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업자 입장에선 할 말이 많다. 사업성이 뒤지더라도 정부가 최대 20년간 예상 수익의 80~90%를 보전해 주는 보장제도가 적용됐을 때는 그마나 사업성이 있었으나 지금은 완공 후 위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을 끌어오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민자사업 주체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안태훈 국회 예산정책처 연구위원은 "그나마 완공 후 임대형 방식인 BTL 사업의 경우 정부로부터 20년에 걸쳐 임대료 형식으로 '국채수익률+α'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낫지만 BTO 사업은 리스크를 민간이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은 없나

민자 방식이 문제를 안고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사업 초기부터 엉터리 예측을 막아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정부가 민자사업을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SOC 사업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들이 내미는 수요 예측을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간업자 입장에서는 예상 교통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그에 비례해 더 많은 운영수입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계산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해당 지자체도 사업 초기에는 민간업체들과 보조를 맞추는 성향이 있다. BTO 사업의 경우 폐지된 MRG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개통한 경춘고속도로의 사업성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정부가 민자사업 카드를 계속 쓰려면 비판 여론을 불식시킬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