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시장(63)과 한경 사회부의 첫 만남은 서먹했다. 의례적인 인사말도 그랬고…

깔끔한 식당 분위기도 흉금을 터놓기에는 어색했다. 안 시장이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갯벌타워 스카이라운지에서 '미래 인천'의 미니어처를 보여줄 때만 해도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 분위기였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아 '인간 안상수'의 모습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천의 비전을 얘기할 때는 자신감이 넘쳤고,웬만한 경제 관련 통계들도 꿰고 있었으며,유창한 영어도 간간이 튀어나왔다. 황량한 갯벌을 메워 중국의 푸둥,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같은 세계 일류 명품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는 미래도시 설계자로서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었다. 안 시장은 지난달 22일 송도신도시 갯벌타워에서 3시간 가까이 진행된 격의 없는 솔직토크에서 가난에 짓눌린 섬 소년이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인생 목표의 9부 능선까지 오른 과정을 잔잔하게 들려줬다.


최근 인천시의 외형이 무척 커졌죠.

"제가 시장으로 취임한 2002년에 시 예산이 2조70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세 배인 7조5000억원으로 불어났고,아파트와 토지 등 시 전체 부동산 가치도 80조원에서 200조원 규모로 껑충 뛰었습니다. "

CEO(최고경영자)도 해보셨는데 시장과 CEO 중 어느 것이 더 어렵나요.

"시장이 훨씬 어렵습니다. 기업은 돈만 잘 벌어주면 인정받아요. 하지만 시장은 시민의 눈높이를 맞춰야 해요. 실현 가능한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제시해도 처음엔 공무원이나 시민들 모두 안 믿어요.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시도하니까 당연한 거죠.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인프라를 구축하고,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는 굉장한 통찰력과 사업적인 감각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게 리스크가 있고,또 워낙 새로운 것이다 보니 처음에는 대부분 반대하죠.시민들을 이해시키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인내가 필요한데 이게 참 힘듭니다. "

요즘은 시민들이나 시장이 반응을 보이는 것 아닌가요.

"처음에는 '정치쇼다 뻥이다'하며 손가락질을 했죠.모두들 의심했던 거죠.전혀 보이지 않는 3년 후,5년 후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너무 어려워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사업은 반드시 실패해요. 사업은 기발해야 되거든요. 그래야 대박의 기회가 있죠.송도를 처음에는 외상으로 매립했는데,시 예산이 없어 공사대금을 대토로 지급하겠다고 하자 일부 채권자는 말도 안된다며 소송까지 걸겠다고 했어요. 나중에 땅값이 오를 것 같으니까 한발 물러서더라고요. "

송도에만 주력하면 구도심 시민들이 서운해할 텐데요.

"처음엔 그랬죠.그러나 지금은 모두 이해해요. 송도신도시가 활성화될수록 구도심도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송도신도시에 일자리가 생기면 좋잖아요. 인천에 아파트를 20만채 정도 더 지을 예정인데 한 채당 취득 · 등록세가 1000만원이면 총 2조원의 돈이 생기니까 이 돈을 구도심 개발에 사용할 거예요. "

시장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시민의 재테크 컨설턴트가 되려고 해요. 시민들을 부자로 만들어줘야 한다는 거죠.인천 부동산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는 점에서 성공했다고 봐도 되나요(웃음).조금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도시개발을 기획하고 추진해 나가는 지휘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가지고 도시의 미래를 설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저는 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고 노력해요. "

요즘 인천 세일즈에 무척 바쁘시죠.

"인천을 전 세계에 팔아 먹기 위한 행사를 유치하고 준비를 하다보니 하루가 무척 짧아요. 경제특구 개발과 인천아시안게임 및 인천세계도시축전 등이 인천을 세계에 세일하기 위한 대표적인 사업들입니다. 오는 8월7일 송도에서 개막하는 '세계도시축전'은 송도국제도시 등 인천의 발전상과 미래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인천의 브랜드를 알려 외국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겁니다. "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향후 구상은 무엇입니까.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앞으로 강화도,개성공단과 연계되면 북한 개방과 통일시대를 여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만 잘 풀리면 북한은 인천과 연계해 발전할 수밖에 없지요. 인천의 물류,서울의 금융과 인재,강화와 개성의 제조 경쟁력이 함께 어우러지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요. 중국의 주장(珠江) 삼각주가 중국 경제의 개혁 · 개방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처럼 말이죠."

나무심기에도 공을 들인다고 하던데요.

"인천은 임해공업도시로서 수출입 화물이 많고 공장밀집지역이 많다보니,회색도시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죠.시장 취임 후 가장 먼저 추진한 게 나무심기와 하천정비였죠.도심 곳곳에 연간 300만 그루씩 심어 벌써 2200만 그루를 심었습니다. 이제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면서 곳곳에 작은 숲 공원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천도 대대적으로 정비해 물고기가 다니고 반딧불이와 물새가 서식하는 생태하천으로 바꾸었죠.친환경 생태 녹색도시로 변한거죠.정부에서도 인천을 도시환경개선 최우수도시로 선정했지 않았습니까. 명품도시가 되려면 도시 환경도 중요하거든요. "

국내외 경쟁 도시들과 외국자본 유치 경쟁이 치열하죠.

"송도 청라 영종 등 3개 신도시의 특징은 모두 30분 거리에 모여있는 콤팩트 시티라는 점입니다. 그 안에 비즈니스센터,학교,병원,레저시설,호텔,쇼핑몰 · 스포츠 등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들어서는 미래형 도시지요. 부동산 침체기에 유독 인천의 분양시장만 열기를 띠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죠.시장에서 먼저 반응이 온 것이죠.요즘 외국인들의 투자 타진도 줄을 잇고 있어 상담하느라 눈코 뜰 새 없습니다. "

인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뉴욕주립대 등 외국 유명 대학들이 내년부터 송도 등 인천에 들어오기 위해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고, 외국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인천의 미래를 증명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난달 송도글로벌캠퍼스 착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한 에릭 케일러 뉴욕주립대 부총장도 "송도는 미국 대학이 아시아로 진출하기 위한 좋은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고 송도분교 설립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밝혔어요. 세계 수준의 인천공항이 있어 인천의 허브전략은 성공할 것이라는 게 외국인들의 판단이죠."

내년에 인천시장 3선에 도전하나요.

"인천은 지금 큰 변화 속에 있습니다. 경제특구 개발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인천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인천의 도시 미래를 완성시키는 게 꿈입니다. 3선 연임을 통해 이 꿈은 실현시키고 싶은 게 솔직한 바람이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남은 1년간 열심히 해서 시민들의 평가를 받아야겠지요. "

정리=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