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9시(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가 승리공원에 자리잡고 있는 지하철 파르크 파베디(Park Pobedy) 역사.지상에서 승강장까지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의 길이는 무려 126m로 유럽에서 가장 길다. 개찰구에서 승강장까지 내려가는 데만 3분15초가량 걸렸다. 이 승강장은 모스크바 176개 지하철역 중 가장 깊은 지하 84m에 건설돼 있다.

지하 40~50m 아래에서 도심과 근교를 평균시속 40~100㎞로 오가는 '광역급행철도'가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메가시티의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와 러시아 모스크바,페테르부르크 등 기존 광역급행열차를 운영해 온 선진 메가시티들도 도심의 급팽창으로 근교와 도심 간 교통체증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기존 광역급행철도 노선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 Great Train Express)' 건설을 추진하는 경기도가 모스크바 지하철 메트로와 프랑스 파리의 광역급행열차 에르에르(RER)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대부분 땅 속 70m 아래에 건설돼 지하 40~50m에 건설을 추진 중인 GTx의 모델로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또 에르에르는 도심과 근교의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개발됐다. 경기도는 2011년 1월에 착공해 2016년 9월 준공을 목표로 GTx 사업을 추진 중이다.

모스크바 지하철 공간은 쾌적했다. 청정지역에 수십개의 대형 공기흡입기를 설치하고 460여개 환기구를 통해 지하철역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고 있다. 1950년대 건설된 모스크바 지하철은 낡고 소음이 심했다. 하지만 90초 간격으로 운행되고,시속도 서울 지하철(32㎞)보다 빠른 평균 44.6㎞로 달린다. 때문에 버스나 트롤리버스 · 노면전차 · 택시 등 모스크바의 대중교통수단 중 가장 선호되고 있다. 하루 이용객은 900만명에 달해 교통분담률이 52%에 달한다.

회사원 블라디미르 효도르씨(35)는 "회사가 있는 유고자파드 오블라스티에서 25㎞ 정도 떨어진 집까지 가는 데 차로 2시간30분이 걸리지만 지하철로는 45분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의 광역급행철도인 에르에르(RER · Reseau Express Regional)는 1960년대 파리를 중심의 수도권이 팽창하면서 평균 속도가 20~30㎞에 불과한 일반 지하철로는 파리와 근교지역의 교통난을 해결할 수 없어 대안으로 개발됐다. RER는 일반 프랑스 지하철역 구간 4~5개를 뛰어넘어 연결해 놓은 것으로 정차시간 등을 포함한 평균 속도가 49.5㎞에 이르는 급행지하철이다. 파리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5개 노선 총 580㎞에 이르며 가장 최근에 건설된 노선은 평균 속도가 시속 71㎞에 달한다.

티에르 랑시에 파리교통공사 RER 담당직원은 "인구 증가로 철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파리와 파리 근교인 일드프랑스를 잇는 광역철도는 일반 지하철보다 3배가량 빨라 파리와 일드프랑스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파리/모스크바=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