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겨냥해 사교육업체들이 발빠르게 '입학사정관 마케팅'에 나서고 있어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다는 정부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2일 사교육업계에 따르면 대학입시 컨설팅업체들은 속속 '입학사정관 전형 컨설팅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학생 ·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이용해 학생의 활동경력 · 봉사활동 현황부터 자신의 '끼'를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까지 짜 주는 프로그램들이다. 서울 대치동의 S사는 "적성검사 등을 통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준다"며 "각종 대회 대비와 에세이 지도,면접 대비 프로그램 등으로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맞는 수험생을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에서는 1년간 컨설팅비로 750만원을 받는다. 대치동의 또 다른 업체 G사와 J사도 "구체적인 입학사정관 전형 컨설팅 비용은 학생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며 "한 달에 50만원 정도는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입학사정관 전형 입시설명회도 잇달아 열리고 있다. 대학입시 전문업체 유웨이중앙교육은 오는 10일,서울 대치동의 입시컨설팅업체인 세한와이즈는 5일 각각 서울에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업체들은 학생과 학부모가 업체를 방문해 1시간가량 컨설팅을 받는데만 10만원부터 100만원까지 받고 있다. 유명 강사나 업체 대표가 컨설팅을 맡을 경우 50만~100만원,일반 컨설턴트나 직원으로부터 상담받을 때는 10만원 선이다. 대치동의 I사 관계자는 "인 · 적성검사 등이 포함돼 있어 가격이 다소 비싸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대학 진학을 코앞에 둔 수험생에게 진로 결정을 위한 인 · 적성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컨설팅 내용도 그다지 새롭지 않다. 입학사정관 마케팅에 나선 업체들은 대부분 그동안 국내 대학의 특례입학 상담을 했거나 해외대학 진학 컨설팅을 했던 곳이다. 자연히 내신 · 수능성적 반영비율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포트폴리오'만 강조하기 일쑤다. 반면 대치동 등 부유한 지역 출신 학생들에게 학생의 출신 지역과 공부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이 되레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는다.

서울 도곡동의 학부모 김모씨(47)는 "10만원을 내고 컨설팅을 받았는데 어느 학교가 어떤 전형 계획을 갖고 있는지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데다 수능 및 내신관리에 바쁜 아이를 두고 봉사활동과 동아리활동도 해야 한다고 자꾸 강조해 더 헷갈리기만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학들도 대입 컨설팅업체들의 입학사정관 마케팅에는 극도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S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아직 대학들이 입학사정관 전형 요소와 방법도 결정하지 않았는데 무슨 컨설팅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사교육을 받아 그럴 듯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해 봤자 오히려 감점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객관적으로 계량화된 성적 외에 학생의 능력과 소질을 보여줄 수 있는 각종 자료나 성장환경,교육여건 등을 입학사정관이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2008학년도부터 서울대 등 일부 대학에서 농어촌 전형 등에 시범적으로 도입했으며 작년에 이뤄진 2009학년도 전형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올해는 한양대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1031명,고려대가 886명을 뽑기로 하는 등 주요 대학들이 모두 입학사정관 전형을 대폭 늘리기로 해 1만여명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될 예정이다.

이상은/김주완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