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서 '무허가' 분만유도제를 투여받고 난 후 과다출혈로 자궁을 잃은 여성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6일 법무법인씨에스에 따르면 소화기관용 의약품 '싸이토텍'(성분명: 미소프로스톨)을 투여받은 후 과다출혈로 자궁을 잃게 된 김모씨(33.부산시 연지동)는 무허가 분만유도제 투여로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병원과 국가를 상대로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법인씨에스의 이인재 변호사는 "전문가와 환자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시하지 않은 채 소화기증상 약물이 분만유도제로 투여되도록 방조한 정부에도 부작용을 초래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소송의 배경을 밝혔다.

싸이토텍은 미국(FDA)과 한국 등에서 소화기증상에 쓰도록 승인을 받았으나 자궁수축 작용이 알려지면서 산부인과에서 값비싼 분만유도제 대신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

미소프로스톨 성분은 분만유도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식으로 허가를 받지 않아 정확한 용법.용량이 정해져 있지 않다.

앞서 2007년 법원은 미소프로스톨 성분을 투여한 후 산모가 과다출혈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의사의 책임을 물어 1억3천만원을 배상하도록 한 바 있다.

김씨는 법원의 화해권고에 따라 병원으로부터 배상금을 지급받은 반면 정부에 대해서는 소송을 계속 진행키로 했다.

이 변호사는 "불가피하게 이 약물을 써야 할 경우도 있겠지만 김씨는 다른 약물이 있는지도 모른 채 무허가 약품을 투여받았다"며 "의약품의 부작용 관리 및 안전한 사용에 책임이 있는 식약청이 미소프로스톨 성분의 부작용 논란이 제기된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임신부들을 부작용에 노출시킨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