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가 이틀이 지났지만 철거민 사망자 5명의 시신이 아직 유족에게 인계되지 않고 있다.

22일 경찰과 유족들에 따르면 사건 발생일인 20일 밤부터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는 시신 5구는 신원이 모두 확인됐음에도 아직까지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

보통 변사 사건에서 부검을 할 경우 신원이 확인되면 곧바로 유족에게 인계된다.

절차는 간단해 유족이 경찰과 만나 가족임을 확인받고 `사체 인도확인서'에 서명만 하면 된다.

이 사체인도확인서는 시신을 화장할 경우 화장장에, 매장할 경우 해당 지역 지자체에 제출해야 하는 중요한 서류다.

이와 관련,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검찰로부터 신원이 확인된 시신을 곧바로 유족에게 인도하라는 지휘를 받았다"고 밝히고 "유족에게 전화나 서면 통보를 하고 변호인을 통해서도 시신 인계를 설득하고 있지만 유족들이 받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굳이 경찰서에 오지 않아도 현장에 형사들이 있으니 만나서 사체 인도확인서만 작성하면 된다"며 "사체 인계 후에도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나올 것이 없는 만큼 빨리 시신을 인계받아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시신을 인도받기 전에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망루 화재에 대한 정확한 진실이 규명돼야 하며 대통령의 공식사과나 경찰 또는 정부 책임자 처벌 등이 선행돼야 한다며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철거민 사망자 가운데 한 명인 이모(70)씨의 유족은 "진압과정을 놓고 경찰과 입장 차이가 있는데 누가 잘못했는지 밝혀져야 시신을 인도받고 장례식이 진행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숨진 양모(55)씨의 아들(27)도 "경찰이야 사건을 얼버무리려면 시신을 빨리 넘기고 싶을 것이다.

오래 기다려서 힘들겠다는 말도 하지만 산 사람은 힘들게 없다.

무엇보다 아버지를 마음 편하게 보내 드려야 한다"며 장례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이렇게 오래 시신이 인도되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1명당 하루에 9만6천원인 영안실 안치 비용은 보통 유족이 부담해 왔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