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건설현장 일자리 감소와 고환율에 '허덕'
국내 체류 조선족수 매달 1만-2만 감소

"요즘 `옌볜(延邊) 아줌마' 보기가 쉽지 않네요."
한국음식업중앙회 김학수 원주시 지부장은 19일 "한 때 원주 지역 식당에 조선족 아줌마 수백 명이 일했는데 작년 10월부터 차츰 빠져나가더니 요즘에는 좀체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전국의 식당과 건설 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옌볜을 비롯해 중국 동북 3성에서 건너온 조선족 근로자를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눈에 띄게 줄었다.

작년 가을 미국발 경제 위기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몰아닥친 뒤부터 벌어진 현상이다.

◇"다들 어디 갔지?" = 사정은 충북 청주, 대전 등도 마찬가지다.

청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41.상당구 용암동)씨는 "작년까지는 주변 식당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월 8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조선족 여성을 많이 고용했는데 요즘에는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대전 서부인력사무소 관계자도 "식당들이 장사가 안되니까 구인 전화를 하지 않아 조선족 아주머니들이 어디론가 가버렸다"며 "한 달 전부터는 수요와 공급 모두가 끊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식당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건설 현장에서 조선족 동포들을 찾아보기는 훨씬 더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더불어 새로 한국에 입국하려는 중국 교포도 대폭 줄었다.

경기도 고양의 조선족 복지.선교센터 구상호 목사는 "중국 젊은이는 한국보다 중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길 원하고, 한국에 오길 원하는 건 고령자들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동 `한국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 최의순 운영팀장은 "중국인을 상대로 하는 인력 브로커도 현장에서 일할 사람보다는 농촌에 시집 올 조선족 여성을 찾는 데 열중한다"고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조선족 동포 입국 매달 1만6천∼2만명씩 감소 = 법무부에 따르면 방문취업(H-2) 비자를 받아 한국에 오는 조선족 동포(일부 고려인 포함)는 지난해 3월 3만2천124명에 이르던 것이 9월 이후로는 한 달에 1만∼1만1천여명으로 줄었다.

출국자는 1만명 남짓에서 지난해 11월 3만85명, 12월 2만6천984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런 탓에 지난해 6월까지 매달 조금씩이나마 늘던 국내 체류 중국 교포 숫자는 9월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9월부터 출국자(1만5천963명)가 입국자(1만903명)를 넘어서더니 11월에는 출국자(3만85명)에서 입국자(1만1천162명)를 뺀 순(純) 출국자가 2만명 가까이 이르렀고, 12월 순 출국자도 1만6천800여명이나 됐다.

30여만명 남짓한 국내 조선족 숫자가 지난해말부터 매달 1만∼2만명씩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줄고, 원화 가치 떨어진 탓 = 원인은 역시 한국의 경제 위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 위안화 가치는 날이 갈수록 올라가는 데 반해 한국 돈 가치가 땅에 떨어진 게 문제다.

전주시 중화산동 식당에서 일하는 조선족 이모(25.여)씨는 이전에는 매달 80만원을 중국에 보냈지만 최근 석 달째 중국에 돈을 보내지 못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돈 80만원이면 중국 돈 6천200위안으로 바꿀 수 있었지만 지금은 4천 위안이 고작이기에 한국 돈 가치가 다시 올라갈 때까지 송금을 중단한 것이다.

일자리가 급감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일부 제조업체들은 경기가 나빠지자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부터 줄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정이 들 대로 든 `옌볜 아줌마'를 다시 볼 수 있는 건 언제쯤일까.

전문가들은 "중국에도 일자리가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환율과 한국 경제가 안정되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무부 관계자도 "현행 조선족 관련 비자 제도로는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농촌이나 건설 현장에서 수요가 있는 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한국으로 오는 조선족이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