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활동 중이던 지난 1월14일.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당선인 신분으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택거래가 너무 침체돼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며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면서 한편으로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양도세와 취득.등록세 완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때만 해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새 정부의 규제 완화 신호탄"이라며 반겼다.

하지만 6개월 정도 지난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양도세제 등 규제완화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다주택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강남권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급매물도 크게 늘고 있다.


◆양도세 논란 수면 아래로


지난 2월 새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기존 주택 거래를 회복시키기 위해 하반기부터 양도세 부담을 단계적으로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참여정부 때 보유세와 동시에 강화된 양도세제가 정상적인 주택 거래마저 막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월 말에는 실거래가 6억원을 넘는 고가 1주택자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8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최근 들어서는 '촛불 정국'이 장기화하고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뉴타운발(發) 집값불안이 이어지면서 양도세 추가완화 문제는 수면 아래로 잠겨버렸다.


◆주택거래 위축 여전


한국토지공사의 토지거래통계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는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월평균 1만87가구(입주 아파트 포함)가 거래됐다.

이는 양도세가 강화되기 전인 2001~2005년의 5년 평균치(월평균 1만5224가구)에 비해 33.8% 감소한 물량이다.

그나마 월평균 8075가구에 불과했던 지난해보다는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부터 모든 부동산의 양도세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부과되고,2주택자가 집을 팔 때 단일 세율로 50%를 내야하는 등 양도세 부담이 대폭 커졌기 때문이다.

집을 두 채 이상 갖고 있는 수요자들이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양도세 완화 기대감은 지난달 발표된 '지방 미분양 대책'에서 또 한번 '역시나'로 끝났다.

대책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서울 등 수도권 1주택 소유자가 지방의 전용면적 85㎡ 이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고,일반과세(9~36%)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방 미분양에 한해 일시적 2주택자 중과세 유예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었을 뿐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언 발에 오줌누기'라며 정부대책을 평가절하했다.

집을 팔 사람들은 "양도세 무서워 집을 팔지도 사지도 못하겠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주택업계도 미분양이 13만가구를 넘어선 요인 중 하나로 꼽으면서 양도세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주택업계의 경우 지난 5월 6억원 초과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전환,2주택자 양도세율(현행 50%)의 일반과세(구간별 9~36%) 전환,미분양 매입 시 양도세 중과 제외 등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정부 부처 간에도 의견 차이 커


양도세 완화 문제는 정부 내에서도 끊임 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토해양부 등 세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쪽은 '주택거래를 정상화시켜야 집값이 안정된다'는 논리를 편다.

반면 기획재정부 등은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부동산시장 특성상 자칫 집값불안이 재연될 소지가 크다'는 유보적 입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가 연내에 양도세 추가 완화조치를 내놓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 등에 따른 물가불안 우려가 커진 마당에 섣불리 양도세를 완화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겠느냐는 것이다.

규제완화 카드가 나오더라도 일부 지방 미분양에만 한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부사장)은 "시장에서는 여전히 규제완화 기대감이 남아있지만 하반기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양도세 등 규제완화 여부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버블 세븐 등 고가.중대형 주택 밀집지역은 투자심리 위축으로 당분간 약세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금이 양도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적기라는 시각도 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권 입주물량이 풍부하고 중.대형 주택수요가 위축돼 있는 만큼 양도세 부담이 완화될 경우 되레 차익실현 매물이 늘어 집값 내림세가 이어질 수 있기에 '집값안정'과 '거래활성화'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