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로 작성한 유언장이라도 도장이 없으면 무효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동흡 재판관)는 연세대학교가 "유언장에 날인까지 해야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유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낸 헌법소원을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사회사업가인 고 김운초씨는 1997년 '은행 예금 123억원을 모두 연세대에 기부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2003년 지병으로 숨졌다.

김씨가 자필로 남긴 유서에는 유서 작성 날짜와 주소,서명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날인은 없었다.

김씨 유족들은 유서의 요건으로 규정한 도장이 찍혀 있지 않다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연세대는 대법원이 2006년 원심을 확정하자 한 달 뒤 "자필유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주소,성명을 직접 적고 날인하여야 한다"는 민법 1066조 제1항이 유언자의 재산권과 자유 행동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헌재는 연세대 측의 청구를 기각하고 재판관 8 대 1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도장이 의사의 최종결정과 문서의 완결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며 "서명과 날인을 모두 요구하는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