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전 대표 김경준씨의 한국행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한 치밀한 '첩보작전' 속에 진행됐다.

15일(현지시간) 오전 수감돼 있던 미 연방구치소를 떠난 김씨는 낮 12시10분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서울로 출발하는 아시아나 OZ201편에 탑승하기까지 수속 카운터와 탑승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검찰 호송팀은 대신 김씨를 버스에 태워 계류장이 아닌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던 아시아나 항공에 탑승시켰다.

각 게이트에 진을 치고 김씨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던 취재진들을 완전히 물먹인 셈이다.

한ㆍ미 법무당국과 아시아나항공 등 3자가 미리 짜놓은 합작 시나리오의 '승리'였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검찰이 김씨의 탑승을 확인한 후에도 김씨의 탑승 여부에 대해 함구하는 등 극도로 보안을 유지했다.

○…김씨가 수사받을 서울중앙지검도 보안유지에 신경이 곤두서있기는 마찬가지.특수1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서울중앙지검 'BBK 특별수사팀'(주임 최재경 부장검사)은 철문으로 막혀 비밀번호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는 청사 10∼11층의 보안구역으로 모두 옮겨왔다.

보통 서울중앙지검의 주요 체포 피의자는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에 수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구속영장 신청까지 시일이 촉박해 수시로 김씨를 불러 조사해야 하는 검찰로서는 구금 장소를 서초경찰서 등 서울중앙지검 인근 경찰서 유치장으로 정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씨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대리해 싸움을 펼칠 변호인들에게도 관심이 모아진다.

김씨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금융조세조사1부 등에서 검사로 근무하면서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 사건과 코스닥 업체의 주가조작 사건 등을 맡았던 박모 변호사를 법정 대리인으로 잠정 선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를 잘 아는 한 변호사는 "박 변호사가 김씨 변호를 맡을지를 놓고 고민하면서도 주가조작이나 횡령이 있었는지가 핵심인 단순한 형사사건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에 맞서 이명박 후보 쪽은 클린정치위 소속 고승덕 변호사 등 변호인 6~7명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주변 사무실에 항시 대기시키며 돌발적으로 터져나올 수 있는 김씨의 진술이나 폭로에 실시간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고 변호사는 며칠 전부터 김씨가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짓말 시리즈'를 자료로 만들어 검찰 기자실에 배포하는 등 '김빼기 작전'에 주력하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