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이후 중국문학의 경향을 구별하던 '경파(京派)'와 '해파(海派)'라는 이름은 중국문화 전체를 양분하는 코드로 발전했고 지금은 중국의 정치적 수도이자 대륙지향형 북방문화의 근거지인 베이징과 경제적 수도이자 해양 지향형 남방문화의 본산인 상하이의 종합적인 면모를 통칭하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두 도시는 역사적으로 극명한 대비를 간직하고 있다.

베이징은 전국시대 연(燕)나라 땅으로 송대에는 북방의 거란족이 요(遼) 정권을 세우고 정도하여 연경(燕京)이라 칭했고 중국을 정복하여 원(元) 왕조를 세운 쿠빌라이 칸은 몽골의 수도를 베이징으로 옮겨 대도(大都)라 명명했다.

중화민국 시기에는 장제스(蔣介石)가 북벌을 끝내고 수도를 난징(南京)으로 옮기면서 한동안 베이핑(北平)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처럼 베이징은 장구한 세월을 거치면서 역사의 온갖 창상을 간직하고 있는 천년고도인데 비해 상하이의 역사는 시간적으로 매우 빈약하다.

100년 전만 해도 작은 어촌에 지나지 않았던 상하이가 세계적인 대도시로 성장하게 된 계기는 전적으로 아편전쟁의 패전으로 인한 개항과 조계지 문화의 영향이었다.

그런 만큼 상하이는 급속한 발전의 이면에 서글픈 식민지적 멜랑콜리를 간직하고 있다.

이런 아픔을 지닌 채 조계지 시절 '동양의 파리'라 불릴 만큼 화려한 모더니티를 구현했던 상하이는 지금 '동양의 맨해튼'을 꿈꾸는 거대한 국제도시로 도약해 있다.

도시의 환경과 거시적 외관을 따지자면 베이징과 상하이 모두 세계적인 메트로폴리스로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두 도시에 살면서 삶의 풍경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방식과 심미의식,가치지향,기호와 취미 등 문화의 디테일에 있어서는 확연한 대비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베이징 사람들은 호탕하고 인간적이다.

술도 두주불사다.

손님이 오면 집안으로 초대해 밤늦도록 마셔댄다.

반면 상하이 사람들은 섬세하고 실리적이다.

차가운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한번 친해지면 백년지우가 된다.

경제감각도 뛰어나다.

'상하이런 베이징런'(루쉰 외 지음,지세화 옮김,일빛)은 베이징과 상하이를 모태로 하는 열일곱 명의 중국 최고 작가가 엮어낸 도시의 자화상이자 이 도시에서 살다 간 무수한 사람들의 사사로운 삶의 역사이며 천년의 시공을 가로지르는 중국판 '두 도시 이야기'다.

우리가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다.

문화는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의 총화이고, 따라서 문화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457쪽,1만8000원.

김태성 한성문화연구소 대표·호서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