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44)씨의 `653억원 모금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단순 사기극으로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중 사건 송치를 앞둔 경찰은 `653억원 모금' 주장이 거짓말이지만 민씨의 사기행각이 있었던 사실을 포착, 민씨를 구속했으며 `사기 행각이 모금 시도의 실체'라는 결론으로 압축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하명수사를 맡고 있는 경찰청 특수수사과로선 시간상 제약 등 때문에 수사를 더이상 진전시킬 여력은 없어 보이며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는 일단검찰 몫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 사건 경과 = 민씨는 지난달 28일 한 주간지 인터뷰에서 "벤처기업 투자와 부동산 투자에 주력하는 투자회사를 설립했고 최근 2개월만에 650억원이 넘는 거액의투자금을 모았다"고 주장했다. 민씨의 주장은 곧바로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아니냐는 거센 반발 여론에 부딪혔고 정치권이 `총선용 자금 투입설', `차관급 인사 개입설' 등을 제기하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즉각 청와대의 지시로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30일 민씨를 대면조사를 했지만 결과를 한동안 공개하지 않아 의혹이 증폭되자 이번에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지난 2일 전격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30일 역시 청와대 지시로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민씨를 출국금지한 데이어 4일 민씨 집과 사무실 등 5곳을 전격 압수수색했으며 민씨를 서초동 사무실에서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한 뒤 밤샘조사를 벌였다. 연행 당시만 해도 `650억원 모금'을 주장하던 민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를 돌연번복했다. 경찰은 6일 민씨가 짓지도 않은 이천중앙병원 식당운영권을 주겠다고 속여 5억여원을 박모(50.부동산업자)씨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현재 민씨의 메모, 통화내역 등을 근거로 광범위하게 참고인들을 불러불러 혹시 있을지도 모를 투자자를 찾고 30여개 계좌를 추적하는 등 `650억원 모금'주장의 실체를 캐고 있으나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 `민경찬 펀드' 실체 불투명 = 경찰수사 초기만 해도 `650억원 모금'은 기정사실화된 채 모금경위의 불법성과 권력형 비리 여부 등에 관심이 쏠렸지만 수사가진행되면서 민씨의 주장이 단순한 사기극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경찰은 수사 초기 민씨와 주변 인물,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으나민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주변 인물 등에 대한 수사를 통해 그간 제기된갖가지 의혹을 캐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때문에 경찰은 내부적으로 민씨의 `653억원 모금' 의혹은 실체가 없는 단순한사기 행각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6일 법원에서 발부된 민씨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병원 신축을 빙자해투자금 명목으로 금원을 교부받고..'라고 돼 있는데, 경찰은 이를 "투자금 명목 금원은 바로 민씨가 박씨에게 받아 가로챈 5억여원"이라고 설명했다. 사기 피해 금액을 `투자금'과 연결하면 `모금은 곧 사기'라는 결론인 셈이다. 한 수사 관계자는 "민씨가 이천중앙병원과 관련해 벌인 사기행각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라고 밝힌 것도 이같은 시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찰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 적어도 수십억원대 사기 피해 금액을 `650억원 모금' 의혹의 실체로 결론내리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 경찰 `부실수사' 제기 = 경찰은 민씨를 구속한 데 이어 오는 13일 검찰 송치시한까지 `650억원 모금' 의혹의 실체를 캐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나 부실 수사라는 지적을 면키는 어렵게 됐다. 수사에 착수한 지 1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650억원 펀드'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경찰의 수사 방향은 대략 3가지. 우선 민씨의 각종 메모와 전화통화 내역 등을 근거로 매일 10여명씩 참고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4일 출국금지된 측근 조모(27.운전사)씨와 피해자 박씨, 동업자 이모(43)씨는 물론이고 푸른솔병원 직원과 단순히 통화 한번 한 사람까지 부르고 있는 것. 또 민씨 스스로 `투자금은 동업자들의 여러 계좌에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 만큼 민씨 사무실과 자택 등에서 나온 30여개 계좌가 펀드 실체를 밝혀줄 단서로 보고계좌추적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투자자 스스로의 제보에도 기대를 걸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 이 사건의 관건이 계좌추적에 있음에도 금융감독원 직원 등 전문가를 광범위하게 투입하지 않고 비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형사들이 직접 계좌추적을 벌이고있는 부분은 향후 부실수사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정성호기자 chungwon@yna.co.kr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