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 조작설을 가리기위한 조사의 참고인으로 소환을 검토중인 전 북한공작원 김현희(金賢姬.41)씨 가족이 최근 잠적한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2일 대북관련 부서 등에 따르면 김현희씨 가족이 지난달 중순께 거주지에서 종적을 감춰 요원들이 이들의 행적을 쫓고 있다. 가족들은 남편 J(45)씨가 대북관련 모 기관으로부터 KAL기 폭파사건 조작주장 등에 대한 김씨의 적극적인 해명을 요구받은 직후 행방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대공관련 기관들은 KAL 858기 폭파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 5명이 사건조작설을 담은 소설의 저자와 출판사를 고소함에 따라 검찰이 당시 수사기록을 확인하고 범인 김씨 소환을 검토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변노출을 꺼려 잠적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 또는 피고인측이 증인신청 권한을 갖기 때문에 김씨에 대한 증인신청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사건발생 16주기를 맞은 지난달 29일을 전후해 공중파 방송국들이 858기 폭파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를 잇따라 방송, 대중적 관심을 환기시킨 점도 부담이 됐다는 지적이다. 관련기관들은 김씨 가족의 잠적이 검찰 조사와 사건 조작설 주장을 규명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초 둘째 아이를 출산했고 올 하반기에는 시부(媤父)상을 당하는 등 최근 1년새 중요한 가족행사를 수차례 치렀다. 한편 KAL 858기 가족회는 지난달 29일 사고 16주기를 맞아 "폭파사건이 일어나고 16년이 흘렸지만 시신이나 유품, 잔해 한조각 찾지 못했다"며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김현희씨는 KAL기 폭파사건 범인으로 대법원 사형확정 판결을 받은 지난 90년 4월 '사건이 날조됐다는 주장을 반박할 유일한 생존자인 만큼 살려두는 것이 국익을 위해 유익하다'는 이유로 특별사면됐다. (대구.경주=연합뉴스) 홍창진 기자 realism@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