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전력이 있는 단체에 대해 같은 목적의 집회를 금지하고 주요도로의 행진을 금지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집시법 개정안이 19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가결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안은 '개정'이 아니라 '개악'"이라면서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이들은 주요도로의 행진 금지와 폭력 전력단체에 대한 동일 목적 집회 금지 조항 등에 대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사회문제를 조기에 드러내 해결책을 모색해나가는 것이 집회.시위 자유의 취지인데 이번 개정안대로라면 이러한 취지 자체가경찰에 의해 심각하게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실장은 이어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하위법에서 막는 셈"이라며 "법적 대응과 집시법 재개정을 위해 모든 사회시민단체와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이번 개정안은 경찰의 제한권을 상당부분 강화하는내용이라 오히려 집회.시위에서 과도한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집회.시위의 자유를 추가로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찰과 물리적 마찰을 보장해 주게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고 실장은 "집시법 개정은 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실제 집회.시위에참여하는 주체인 시민사회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 부분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도 "집회나 시위를 하는 사람은 행진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알릴 수 있는데 이를 제한한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크다"며 "현재도 각종 단서조항으로 인해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집회.시위의 폭을 더 줄여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폭력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에 대해 같은 목적의 집회를 금지하는 규정에 대해 "이렇게 되면 오히려 80년대처럼 신고조차 하지 않고 시위를 벌이는 '불법집회'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단 법안을 검토한 뒤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는데 힘을 쏟아야겠지만 결국 법이 제정된다면 불복종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장유식 변호사는 "현행 집시법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어개정이 필요했고 최근 헌법재판소의 외교공관 관련 판결도 집시법 규정을 완화하자는 취지로 내려진 것인데도 이번 안은 이 같은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지적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표현에 과민반응을 하고 있는분위기에서 이 같은 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본회의 통과를 저지해야 할 것이고 그 뒤에는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