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폐쇄된 월성1호기. 사진=한경DB
조기 폐쇄된 월성1호기. 사진=한경DB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자료를 삭제해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9일 감사원법 위반·공용전자기록 등 손상·방실침입 혐의로 기소된 A 국장과 B 과장, C 서기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피고인들은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에서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을 의결한 2018년 6월 중순까지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에서 근무하며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C 서기관은 2018년 6월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월성1호기 관련 파일이 저장된 컴퓨터를 D 사무관에게 인계했다. D 사무관은 2019년 2월 사용기관 경과로 컴퓨터를 교체하면서 C 서기관이 남긴 자료를 새 컴퓨터로 옮긴 후 기존 컴퓨터를 폐기했다.

국회는 2019년 10월 감사원에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과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곧바로 관련 감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A 국장과 B 과장이 감사원의 감사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 월성1호기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방조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기소했다. 부하직원이던 C 서기관은 같은 해 12월 2일 오전에 감사원 감사관과의 면담이 잡히자 일요일인 전날 오후 11시께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다음날 오전 1시 30분경까지 D 사무관 컴퓨터에 있는 월성 원전 관련 자료 530건을 삭제한 혐의를 받았다.

1심 법원은 감사원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부분을 유죄로 보고 A 국장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나머지 피고들에게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방실침입 부분은 "사실상의 평온 상태를 해치는 행위로 이 사건 사무실에 들어갔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에서 피고인 모두 무죄로 판결이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파일이 산업부에서 사용·보관하는 공용전자기록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C 서기관에게 파일을 삭제할 정당한 권한이 있었거나 묵시적으로나마 D 사무관으로부터 파일 삭제에 관한 승낙을 받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감사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C 서기관에 대한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는 임의 이행을 요구한 것에 불과해 이에 응하지 않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감사원법에 따른 감사 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방실침입 부분에 대해서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검사 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