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코트라 자료에서 발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코트라 자료에서 발췌
정부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우방국과의 ‘공급망 동맹’ 확대에 나선다. 지난해 일본과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을 공유하기로 한 것처럼 다른 주요국과도 공동 전선을 구축해 경제안보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말 ‘글로벌 공급망 협력 플랫폼 구축’을 주제로 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핵심 우방국들의 공급망 정책을 분석하고, 한국과 협력 가능한 품목을 뽑아내 향후 추진될 양자협력에 활용하는 것이 골자다.

산업부는 주요 협력 대상국으로 미국, 일본,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을 꼽았다. 대체로 첨단 산업 분야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에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는 국가들로 한국과 산업 구조가 유사해 원자재나 에너지 수요가 큰 국가들이다. 산업부가 명시하진 않았지만 호주, 캐나다 등 주요 원자재 수출국도 이번 분석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이들 국가들의 공급망 정책을 총 정리한 뒤 이를 기반으로 각국의 공급망 분야 강·약점을 분석해 한국과 협력 가능한 품목이 무엇인지 도출할 계획이다. 한국의 수입 수요와 협력국의 수출 수요를 비교해 협력 가능성도 분석한다. 전쟁 등 위기 상황을 가정한 협력 품목의 양자간 공급망 스트레스 테스트 방법론도 개발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각국이 가진 강점과 약점이 있고 서로 필요로 하지만 협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이를 면밀히 분석해 서로의 취약점을 메꿔주는 양자 협력을 확대한다는 것이 연구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구 결과가 도출되면 주요 공급망 품목의 공동 구매부터 공동 연구개발(R&D), 기업간 협력 등 다양한 방식의 협력 아이템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방국 간 공급망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어진 한일 간 LNG 공동구매 협약이다. 한국과 일본은 산업 구조가 유사하고 해상으로 주요 원료를 조달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니즈(수요)’가 유사하다. 양국은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중동 등에서 LNG를 수입할 때 공동 구매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고, 해운 등 운송망도 공유하기로 했다. 각국이 가진 약점을 공동 전선 구축을 통해 극복하려는 사례다.

지난해 영국, 네덜란드와 만들기로 합의한 국장급 공급망 협의체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엔 영국, 12월엔 네덜란드와 반도체 등 첨단기술 관련 소재·부품·장비, 에너지 및 핵심광물, 필수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급망 협력에 나서기로 합의하고 각국 실무진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