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비자금 100억원을 받고 선관위에 이 사실을누락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은 30일 "최돈웅 의원의 지시에 따라 5차례에 걸쳐 SK돈 100억원을 운반해 한나라당 당사로 옮겼으며 그 과정에서 당시 사무총장이던 김영일 의원에게 2∼3차례사후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날 서울지법 319호 법정에서 최완주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영장 실질심사에서 "최 의원이 `100억원은 SK 돈이며 영수증 처리할 필요가 없다'고말해 김 의원에게 보고하니 김 의원도 수락, 그해 11월 하순 돈이 집행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 의원의 지시에 따라 돈을 전달한 잘못 밖에 없으며 돈을 운반할 당시에는 그 돈이 SK비자금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항변했다. 돈 운반 과정을 설명하며 이씨는 "지난해 11월 12일 최 의원이 휴대전화로 자신의 집에 오라고 지시해 다른 당직자와 함께 승용차를 몰고 최 의원의 아파트에 갔다"며 "30분후 나타난 최의원과 함께 지하 주차장으로 가 최 의원 차에 실려 있던 쇼핑백 20개에 담긴 20억원을 당사 재정위원장실로 운반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개의 쇼핑백을 운반한 후 내용물이 궁금해 쇼핑백 하나를 열어보니돈다발이 나와 비로소 20억원을 운반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당시까지만 해도 최의원이 기업체로부터 모금한 단순한 정치자금인 줄 알고 있었고 김 의원에게도 그렇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이런 방식으로 20억원씩 5차례 모두 100억원을 날라 당사에 쌓아뒀으며 11월 26일 마지막으로 돈을 나르고 2∼3일 뒤 최 의원에게 영수증 처리에 관해 문의하자 최의원이 `그 돈은 SK돈이며 영수증 처리를 할 필요가 없으니 그냥 사용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김 의원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자 김 의원이 `이런 일이 전례가 있는 일이냐'고 물었으며 나도 역시 이런 일을 처음 겪어 `모르겠다'고 답했다"며 "그러자김 의원은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으나 다음날 그 돈을 집행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최 의원이 기업체로부터 돈을 모금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는데 알고 있었나"고 질문하자 이씨는 "지난해 10월 한나라당 후원회를 개최하기 전에 최 의원이기업체 명단을 요구해 명단을 전달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그러나 "그 명단이 평소에 후원회를 열면 기업에 초대장을 보낼 때 쓰기위해 전경련에서 받은 기업명단인지, 아니면 별도의 다른 명단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와 변호인단은 "검찰조사 당시 검찰은 `돈을 처음 받을 때부터 사무총장인 김 의원에게 사전 보고를 했다'는 내용의 허위자백을 강요했으며, 이를 거부하자 `최 의원과 공범이 돼 구속될 수 밖에 없다'며 협박했다"고 주장, 검찰과 마찰을빚기도 했다. 이씨의 변호인단은 "처음부터 김 의원에게 사전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정확한 사실관계와 당시 검찰의 강압행위 등이 기록된 자술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씨는 최후진술에서 감정이 격앙된 듯 "내가 내년이면 정년이다. 검사는내가 누구를 보호하려고 숨기려 한다고 하는데, 왜 그러겠느냐"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