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굴 식중독환자가 전국에서 잇따라 발생하면서 굴 채취.가공업체와 유통업체 등에 본격 출하시기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굴 채취가 중단되는가 하면 굴까기 공장들이 멈춰서고 가공업체들은 전국 유통업체들에 대한 출하를 중지한데 이어 유통업체와 재래시장에서는 팔다 남은 생굴을긴급 수거, 폐기하는 등 때아닌 소동을 빚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굴 기피 현상이 장기화되고 다른 해물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가운데 다행히 수출에는 별 지장이 없어 굴 가공업계가 안도하고 있다. ◇생굴 식중독 발생 1일 현재 생굴을 먹고 식중독 증세를 일으킨 환자는 의정부 26명, 파주 10명,대구 14명, 부산 3명, 인천 1명, 수원 1명 등 6개 지역 55명으로 경남 모 지역 양식장에서 직접 매입했던 생굴로 인해 발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앞서 서울에서는 지난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대한 국정감사때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들이 인근 식당에서 생굴을 먹었다가 집단 식중독에 걸려 국감에 차질을 빚었다. 식약청이 해당 식당의 생굴과 홍어, 육회 등을 수거해 식중독균을 검사한 결과생굴에서 장염 비브리오, 바실러스 세레우스 등 2종류의 식중독 원인균이 검출됐다. 식약청은 해당 지역 6개 지방청에 생산지 및 유통점에서 판매된 생굴을 수거,긴급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3∼4일 내로 감염 원인이 밝혀질 전망이다. ◇굴 채취 및 생산, 출하 중단 경기 의정부시에 이어 지난달 29일 전국 발생이 확인되면서 연간 3만5천∼4만t(1천억원 가량)을 생산하는 굴 주산지인 경남 통영과 거제, 고성 지역에 있는 굴 채취가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또 전남 고흥, 여수, 완도 지역에서는 일부 굴 채취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 곳역시 생굴 식중독 여파로 채취량이 크게 준 상태다. 통영시는 100여개 굴까기 공장에 대한 작업을 전면 중지시켰고 통영 수협은 지난달 30일 올들어 처음 실시하기로 했던 2004년 굴 초매식(공판)을 무기한 연기했다. 수협 관계자는 "최근 바다 수온이 떨어지지 않아 굴 채취후 위생 관리에 많은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초매식을 무기한 연기했다"며 "보건당국의 역학조사결과를 살펴본 뒤 초매식 일정을 다시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영시 한국굴가공협회에 따르면 23개 회원사가 지난달 30일을 전후해 전국 유통업체로 내보내던 생굴 공급을 중단했다. 대진수산 김명진 이사는 "굴 출하가 막 시작된 요즘 하루 평균 70∼100㎏을 롯데마트 일부 지점에 공급했으나 30일부터 일절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시장 위축 및 전망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지난달 30일부터 팔고 남은 생굴을 전량 수거해 폐기처분하고 주문도 하지 않는 등 대부분 대형 할인점이 굴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대구 동아백화점도 지난달 29일 쇼핑점의 생굴 3㎏을 공급업체로 반품하는 한편이번 파동과 무관한 조개살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어패류 판매까지 중지했다. 또 생굴 식중독 여파는 재래시장과 일부 회센터에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상인들은 다른 해물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구 농수산물 도매시장 K 수산의 경우 최근 며칠 사이 생굴 취급 물량이 평소의 10∼20% 수준으로 급감해 오다 식중독 환자 발생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30일부터는 더 이상 생굴을 들여오지 않고 있다. 생굴 파동의 진원지인 의정부시는 물론 소래포구 등 인천시내 항.포구의 횟집들은 굴을 찾는 손님도 없지만 식탁에서 아예 생굴은 물론 굴젓까지 올리지 않고 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권순옥(48.여)씨는 "며칠 전부터 생굴을 찾는 손님이 뚝 끊겨 남아 있던 물량을 모두 버렸다"며 "작년에 비해 어패류판매량이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는 불경기 속에 생굴 식중독으로 홍합, 새우 등 다른해물 판매에도 지장이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굴 수출 시장은 별다른 영향이 없는 상태. 한해 평균 5천t 가량을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는 한국굴가공협회는 지난달 29일과 30일, 1일에도 하루 10여t씩 정상 수출하고 있다. 이 협회 이병태(58) 전무는 "내수에는 지장을 받고 있지만 수출은 본격 출하기를 앞두고 수출량이 점차 늘고 있는 상태"라며 "일본에서는 수입 전량을 가열조리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지만 위생 관리에 더욱 철저를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굴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이나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면 파동이 가라앉아 조만간 정상화될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식중독 사고를 계기로 보건당국이 생굴을 먹어도 되는 시기를 확정해주는 일본식 통보제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는 식중독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 생굴을 가열처리해먹도록 하다 해수 온도가 떨어지는 10월 중순∼11월 초에 생굴을 먹어도 되는 시일을 정해 관련 업계와 주민들에게 통보토록 조례로 정하고 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이복한.김정섭.이종민.한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