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인 11일 전국 각 지역에서는 가정마다 차례를 지내며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모처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담을 나누는 등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추석은 예년보다 빠르고 잦은 비 등 이상기후 등으로 제수용품 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태풍이 북상하면서 한가위 명절이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은 표정들이다. 대구구치소는 추석을 맞아 수용자 40여명이 강당에서 합동 차례를 지내고 구치소측이 마련한 제기차기 대회에 참가하는 등 명절 한때를 즐겁게 보냈다. 17년째 수용생활 중인 모범수 최모(40)씨는 "추석만 되면 조상과 가족들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고 앞으로 더 성실한 삶을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말했다. 경북 안동을 비롯한 북부지역 농민들은 그동안 너무 자주 내렸던 비로 인해 올해 농사에 큰 타격을 입힌 가운데 또다시 태풍이 온다니 걱정이다며 우을한 표정이었다. 부산에서는 오전 10시 호국선열 91위의 위폐가 모셔져 있는 부산 동래구 충렬사에서 기관장과 유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 399회 추기대제가 열렸다. 육군 칠성부대 등 휴전선 지역 군부대들도 이날 오전 내무반에서 합동차례를 지내고 송편빚기, 씨름 등 민속놀이로 명절을 보냈으며 중부전선 최전방지역 민간인출입통제선 내에 조상의 묘를 둔 실향민과 성묘객들도 군부대 통제초소를 거쳐 벌초를 하고 차례를 지냈다. 제주 서귀포시 롯데관광호텔 등 일부 숙박업소는 추석을 맞아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을 위해 연회장 등에 차례상을 마련해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국립대전 현충원에도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낸 뒤 조상의 묘소를 찾는 성묘객이오전부터 붐볐으며 광주시립묘지가 위치한 북구 망월동 묘지와 효령동 영락공원에는각각 5만, 3만여명의 성묘객이 찾았다. 경남지역에서는 남해안 적조가 다시 확산되면서 전날 통영과 남해에서 추가로참돔과 우럭 등 22만여마리의 어류가 집단폐사하자 일선 공무원들이 추석연휴를 반납하고 비상근무에 들어가 적조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지난 73년 서해안에서 조업중 납북됐다 고향인 경남 통영으로 귀환한 김병도(50)씨는 추석 명절을 맞아 30년만에 가족들과 함께 차례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차례상에 올릴 음식준비를 위해 어머니와 함께 시장을 봤다"며 "가족들과 함께 모여 추석 명절을 보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추석인 이날 오전 전국의 도로는 대부분 한산했으나 일부 공원묘지가 밀집된 지역은 성묘객들의 차량들로 인해 아침 일찍부터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대구 인근 공원묘지가 몰려 있는 칠곡지역은 아침일찍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러나온 가족단위의 차량들로 오전부터 정체현상을 빚고 있으며 전남 목포 등 서남권지역과 광주시내 사이 관문인 광주 남구 광주대 앞 도로도 오전 9시부터 성묘객의차량이 몰려들기 시작면서 심한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경기지역도 파주시 광탄면 서울시립 용미리1묘지와 고양시 벽제동 서울시립묘지등에 오전부터 수천대의 차량이 몰려 서서히 정체되고 있다. 추석스케치 - 울산광역시(종합용) 한편 울산시는 시민의 60% 이상이 귀향해 시가지 공동화 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울산.온산국가산업단지의 60여개 장치산업체(석유화학업체) 생산직 근로자들은추석도 잊은 채 일하고 있다. 남구 부곡동 SK울산콤플랙스는 전체 3천여명의 근로자 가운데 생산직 1천600여명이 교대로 출근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울주군 온산읍 S-OiL도 900여명이 교대근무 하고있다. 효성울산공장은 생산직 900여명, 삼성정밀은 400여명, 삼성석유화학은 200여명,삼성BP는 100여명이 각각 교대로 일하며 철강업체 가운데 용광로가 있는 고려아연과LG니코 등도 최소인원이 일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근로자들에게 송편과 과일 등을 곁들인 특식을 제공했다. (부산.대구.울산.대전=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shl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