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지난 15일 국내 보수단체들이 개최한 '건국 55주년 반핵·반김(정일) 8·15국민대회'를 트집잡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U)대회에 북측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에 따라 북한선수단 1백90여명과 보도진,응원단 3백여명의 대회 참가가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이날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진의 파악에 나섰으나 북측은 "좀더 기다려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북한은 또 이날 4대 경협합의서 발효통지문 교환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합의서 발효가 무산됐고,19일로 잡혀 있던 제6차 남북철도·도로 연결실무 접촉도 거부했다. ◆불참시사 배경=조평통은 18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8·15 행사와 관련) 남조선경찰은 통일단체들이 준비한 미국 깃발 등은 강제로 압수하면서도 극우 파쇼분자들의 반공화국 난동에 대해서는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보수단체들이 서울 시청 앞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찢고 불태운 사건을 지적한 것이다. 조평통은 이어 "동족이 동족의 안전과 존엄을 공공연히 해치는 위험천만한 남조선지역으로 우리 선수들을 가게 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조평통의 성명 내용이 애매해 참가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이같은 불참 시사는 국제대회 참가문제를 통해 남한 내 보수화 경향을 막아보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정치적 공세는 국내외 대북여론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파장=북한의 불참이 확정될 경우 대회 자체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우려된다. 대구시와 대회조직위가 세계적인 이벤트로 기획했던 대회 위상이 크게 추락하고 경제효과도 반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이번 대회를 통해 투자·관광 유치와 지역산업 활성화 등으로 총 7천3백억원 이상의 생산·고용 유발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북관계 전망=북한이 대구 U대회 불참을 강력히 시사하고 4대 경협합의서 발효통지문 교환과 제6차 남북철도·도로 연결실무 접촉을 거부하고 나서 남북관계에 차질이 우려된다. 이달 중 남북간에는 △금강산면회소 건설 추진단 3차회의(21∼23일·금강산)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6차회의 (26∼29일·서울) 등이 예정돼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초상화와 인공기를 찢고 불태운 것은 체제가치를 최우선하는 북한사회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드린 것"이라며 "북한의 U대회 불참은 확실시되며 경협 차질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