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수배자 중 3명에 1명 이상이 경찰의 출두요구 시일 이전부터 한총련 탈퇴를 강요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가 현재 수배자 신분인 한총련 소속 학생 157명 중 접근 조사가 가능했던 30여명을 상대로 1대1 대면조사를 실시, 23일 발표한 '한총련 수배자 인권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38%인 11명이 "경찰의 출두요구 시일 이전에 직간접적으로 한총련 탈퇴를 강요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에는 "경찰이 가족들에게도 `전화를 해 탈퇴를 설득하라, 가족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회유, 협박했다"고 응답한 학생들도 있었다. 또 학생들의 50%는 '체포가 두려워 아파도 병원에 못가고 그냥 참거나 약을 먹었다'고 말했으며 일부는 학생회실 등에서 잠을 자며 불규칙적으로 식사를 해 위장병, 이명증 등에 걸렸다고 호소했다. 조사대상 중 휴학 또는 졸업한 학생들을 제외한 23명(77%)의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실습교육을 받을 수 없는 등 학교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답했으며 학교 밖의 사람들을 장기간 직접 대면하지 못해 불안해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또한 여학생들은 생리불순 등의 건강문제를 호소했으며, 남학생들은 입영영장을 계속 연기할 수 없어 주민등록이 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배 3년차인 이산라(28.9기 한총련 대의원)군의 어머니 김낙희씨는 이날 "장차 사회에 공헌할 학생들이 길게는 7년 동안 누릴 것을 못 누리고 숨어 지내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한총련 11기 학생들에게도 체포영장을 발부해 이런 굴레를 씌우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 장소에 참석한 민변의 최병모(54) 회장은 "체포영장이 나오기도 전에 과도한 법집행으로 인해 가족들까지 피해를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가보안법의존폐문제나 대법원의 한총련에 대한 편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계속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