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시여, 사랑하는 님들이시여. 제발 그 곳에서는 고통없이 행복하세요." "살아서 부끄러운 우리들은 할 말이 없습니다." 2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난 대구지하철 참사 엿새째인 23일 달구벌에는 잠시 말이 없었다. 가슴이 저미고 목이 메어 소리내 울지도 못했다. 저지른 죄가 너무나 크기에...그래도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지하철 참사 희생자 시민 애도 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 10시부터 1분동안대구 전역에 사이렌이 울려퍼졌다. 안타까운 사연만 남기고 떠난 영령들을 애도하고 추도하는 울림이었다. 대형 참사가 끝없이 터져도 시간만 지나면 잊어버리는 우리의 망각증에 대한 경종이었다. 절 60여곳과 성당 10여곳, 교회 500여곳 등 종교계에서도 한꺼번에 종을 울렸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사이렌에 맞춰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올리자"는 글이 떴다. 국채보상운동공원 달구벌대종도 끝없이 메아리쳤고 길가던 차들은 경적을 터뜨렸다. 관공서와 건물, 공공장소 등에서는 조기가 올랐다. 어느 날 아침에, 영문도 모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끝내 돌아오지 못하는당신들에게 모두가 머리를 숙여 명복을 빌었다. 길가던 사람도, 집에 있던 어머니도, 차를 탄 아저씨도, 모두가 곳곳에서. 불구덩이 속에서도 "아빠 오지마, 너무 뜨거우니까...", "어머님, 아이들을 잘키워주세요."라고 오히려 남은 가족들을 염려하고 당부하는 마지막 말을 남긴 그대들에게. 그리고 부끄럽고 서럽고 분통이 터져 울고 또 울었다. "봄날에 피어나는 꽃같던 정경(20)아, 어린 사슴처럼 귀엽던 효정(12.여)아... "라고 부르면서 하늘도 땅도,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흐느꼈다. 우리가 저지른 잘못으로 무참히 꺽인 `꽃' 들에 대한 용서이자 한맺힌 절규였다. "1300도가 넘다고 하는 열차안에서 얼마나 뜨거웠고 괴로웠을까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대구는 한 동안 슬픔에 잠겼다. 그대들의 고통과 한을 아는지 검은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는 간간이 비가 내렸다. 또 세찬 바람마저 이는 듯 했다. 하늘이 노했기 때문이리라. 이번에 엄마마저 잃고 두 동생과 고아가된 수미(7.초등1년)가 "엄마, 아빠는 거짓말쟁이야. 1학년때는 아빠가, 3학년때는 엄마가 컴퓨터를 사준다더니, 이제 누가사주지..."라고 말하는데도 감히 "우리가 사 줄께"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지난 95년 달서구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에... 그러나 살아서 부끄러운 우리들은 또 다시 다짐했다. 나중에 거짓말이 되더라도,"또 다시 이런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임들이 남긴 가족과 함께 하고 당신들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세요...". 이날 시내 거리와 식당, 백화점 등 곳곳은 한산했고 집집마다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사고가 난 중앙로역에는 국화 송이가 아침부터 끝없이 쌓였고 추모 글이 계속나붙었다. 그리고 합동분향소가 있는 시민회관에는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 실종자가족들과 아픔을 함께 하려는 발길이 줄을 이었다. 자원봉사자도 전국 곳곳에서 모여 들었다. (대구=연합뉴스)